일찌감치 그만뒀어요 자유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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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호가 스물 셋, 알바를 하던 대학생 때 일이에요.
알바 자리에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이 모이잖아요?
연배가 높은 매니저님, 정규직분들도 계셨고요.
반가운 제 또래 친구들도 있었어요.
그 중에서도... 사실 제가 가장 반가웠던 친구가 있었어요.
저랑 나이도 같았는데, 저처럼 실용음악과에서 작곡을 전공했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음악을 한다고 하면, 이해받기 어렵잖아요.
'돈도 안되는 거 뭐하러 하냐' 혹은 '저작권 수입 많이 들어오겠네!'
'오 그러면 뭐 노래 잘하겠네?'
'졸업하고 뭐하려고 그래?'
그냥 딱 이정도 반응? ㅎㅎ
뭐... 또 실용음악과는 대개 지방 전문대에 있으니까
'뭐하러 여기까지 왔어?' 라는 반응도 있고요. ㅋㅋㅋ
어디서 대접받는 신분은 아니었죠.
그들이 흔히 떠올리는 이미지는 공부 안하고 놀면서 대학간 사람.
딴따라.
뭐 어쩌겠어요?
어쨌거나. 그 속에서 같은 음악, 특히 작곡을 하는 친구를 만나면 '나를 이해하는 사람' 같았어요.
이 많은 사람들 중에 나와 같은 길을 가는 사람. 동료.
지금은 비록 여기서 음악과 관련없는 일을 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서로 꿈을 향해 걸으리라고 생각했어요.
어릴 땐 그정도 막연하게 꿈꿔도 괜찮잖아요.
그러던 어느날,
평소처럼 휴식시간에 음악 이야기를 하다가
제가 "요즘은 뭐 작업하고 계세요?"라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살짝 웃으면서
"아, 저 음악 그만뒀어요. 너무 힘든 길이라서 일찌감치 그만뒀어요." 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순간엔 제가 다 속상했어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아, 그랬군요. 응원할게요."하고 말았어요.
저 사람도 꿈이 있었으니까 전공까지 했을텐데,
현실의 벽이 너무 속상하더라고요.
언젠가, 서로가 멋진 음악가가 되어 곡을 들려주는 그런 미래를 꿈꿨는데...
음악 그만두는 친구는 봐왔는데, 그냥 그 날 유난히 속상하더라고요.
계속 꿈꾸는 사람은 꿈을 포기한 사람의 몫까지 더 열심히 도전해야 하는걸까요?
저는 얼마나 더 열심히 해야하는 걸까요.
너무 힘들어서 다 그만두고 싶을 때, 벽에 무너져 포기하고 싶을 때.
그럴 때면 가끔 생각나요. 그 한마디가.
"일찌감치 그만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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