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한치입니다. 때때로 수집해 온 음반들에 대한 제 추억들을 글로 남기고 있습니다.

제 자신의 동기부여를 위해 앞으로 정기적인 느낌의 비정기적으로, 써둔 글들을 스원포코에 업로드 해두고자 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

**음반패설의 더 많은 글은 제 브런치를 통해서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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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수건> 

By 강산에 (2008)

 국문학과를 다니던 나는 대학 시절 몇번인가 시 창작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시 창작 수업에는 외국인 학생들의 비중이 눈에 띄게 높았다. 중국인 학생 뿐만아니라 몽골인, 독일인. 미국인…. 다양한 국적의 학우들과 수업을 함께 들었던 기억이 난다.

 놀랍게도 그들이 서툰 한국어로 쓴 시들이, 나와 다른 한국 학생들이 모국어로 쓴 시보다 훌륭하게 들린 적이 많았다. 그 것도 단순히 교수님이 ‘이 시가 더 좋다’ 라고 평가한 것이 아니라, 거기 모인 모두가 수긍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월등히 좋았던 적이 말이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 궁금했지만, 대학생인 나는 너무도 바빴고, 군대를 가기 전에 어떻게 놀면 더 재미있을까에 대한 답을 더 고민하다 결국 정말로 군대를 가버리게 된다.

 그리고 전역을 대강 앞둔 2008년 추석 즈음, 나는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게 되었다. 명절 휴가를 받고 찾은 내 고향 안동에서의 일이었다. 표가 없는 바람에 되는대로 잡아 탄 버스가, 하필이면 너무 일찍 안동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해버렸다. 애매하게 거의 하루의 시간이 붕 떠버린 나는 정처없이 안동역 앞을 서성였다. 그러다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한 레코드 샵을 발견했는데, 쇼 윈도를 통해 보이던 TV 화면에서 강산에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맞다. 올 해에 앨범이 나왔었지. 나는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으며 가게 안으로 들어가 강산에의 이 앨범, <물수건>을 사들고 나왔다. 공교롭게도 뮤직비디오로 먼저 접하게 된 앨범의 대표곡의 제목도 ‘답’이었다.

 플레이어에 CD를 걸고 부클릿을 뒤적였다. <아침의 사과>라는 첫 곡 제목에서부터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아침에 사과 하나 내 여자처럼 좋아’. 어려울 것 없는 단어의 나열과 밝은 멜로디 속에서 행복한 감정이 밀려들었다. <내 여자>도 그랬고, <낮잠>도 그랬다. 쉽게 쓰여진 노랫말이 참 쉽게도 들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운율감이 탁월했다. ‘책을 보고 차를 마셨더니 내 입 안은 동그라미 맛이 되었네.’ 소리내어 읽어보니 마치 노래처럼 느껴졌다. 시 창작 수업에서 좋은 시를 만났을 때의 바로 그 느낌. 서둘러 부클릿의 나머지 부분을 뒤적여보니 작사가 이름에 ‘나비'가 눈에 띄었다. 그녀의 정체는 ‘다카하시 미에코’. 강산에의 일본인 아내였다. 그랬구나. 진실한 마음과 최소한의 낱말들 만으로 이토록 충만한 시를 써내다니. 새삼 가슴이 뭉클해졌다.

 미켈란젤로는 돌덩이 속에 이미 조각이 있어서, 자신은 그것을 ‘발견했을 뿐’이라고 했다. 말과 노래의 관계도 어쩌면 이와 같은 것이 아닐까? 말 속에 이미 노래가 있어서, 그 것을 캐내어 좋은 노래 혹은 좋은 시로 만들어야하는지도 모른다. <물수건>에 수록된 곡이 바로 그랬다. 화려한 기교가 들리는 곡은 없다. 혹은 음악적으로 복잡한 구조를 지니고 있는 곡들도 없다. 그저 덤덤하고 우직하게, 말들로 만들어진 노래타래를 술술 풀어낼 뿐이다. 그렇지만 그 울림은 여느 노래에 비할 바 없이 깊었다.

 그 해 추석도 잘 쇠고 부대로 복귀하는 버스 안에서 나는 <물수건>을 반복해서 들었다. <손>이라는 곡을 들을 때였다. ‘이토록 작은 손이었나. 그랬었나. 너의 손이.’ 첫 가사를 듣자마자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말의 힘은 이런 것이었구나. 노래의 힘은 이런 것이었구나. 내가 그래서 국문학과에 갔었구나. 내가 이래서 음악을 사랑하는구나. 군대에서도 키가 큰다. 라는 표현을 으레들 하지만, 많은 기분이 교차하던 그 버스 안에서, 나는 정말 키가 조금 컸을 지도 모른다.

Release Date March 20, 2008

Recording Location나비 스튜디오. 도라다누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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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운드 적으로는 앨범 전반에 걸쳐 건반 주자 고경천 님의 터치가 강하게 느껴지는 편이다.

- 크레딧을 보면 하찌, 이기태, 하림, 조태준, 하세가와 등 익숙한 세션들의 이름이 눈에 띈다. 당대의 슈퍼 세션이라 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