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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패설] <Beethoven Symphonien Nos. 7&8> by Claudio Abbado (2000) 자유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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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한치입니다. 몇년 전부터 그 동안 수집해 온 음반들에 대한 제 추억들을 글로 남기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제 자신의 동기부여를 위해 앞으로 정기적인 느낌의 비정기적으로, 써둔 글들을 스원포코에 업로드 해두고자 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

**음반패설은 제 브런치를 통해서도 연재하고 있습니다.**

https://brunch.co.kr/@jeonsans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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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에 가면 들러야 하는 곳이 있다. 바로 명동에 위치한 레코드샵 ‘명곡사’다. 춘천 유일의 음반 가게이자 전국적으로 보아도 손에 꼽을만한 역사와 규모를 자랑하는 이 곳을 알게 된 계기는, 엉뚱하게도 맞은 편의 닭갈비 가게 덕분이었다. 20대 중반, 친구들과 함께 처음으로 숯불 닭갈비라는 음식을 먹어본 그 날 저녁, 나는 홀린 듯 로터리 맞은 편의 명곡사로 끌려들어갔다. 한 눈에 봐도 노포 티가 나는 간판. 그리고 유리 너머로 보이는, 가지런히 누워있는 셀 수 없이 많은 CD들. 고양이가 생선가게를 그냥 지나칠 리가 있겠는가.


 음반 가게의 시간은 언제나 빠르게 흐른다. 그 것은 명곡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궁금한 음반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가게 구석구석까지 가득 들어찬 음반들 덕분에 통로는 비좁았고, 나는 귀퉁이 숨어 거진 두 시간 동안 정신 없이 CD들을 빼고 또 꽂았다. 친구들을 먼저 숙소로 보낸 것이 천만 다행한 일이라고 계속 생각했다. 그만큼 행복했다.


 당시 나는 베토벤 교향곡 7번에 꽂혀있었다. 물론 한 때 유행한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를 재미있게 보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타셈 싱 감독의 영화 <더 폴: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을 봤던 영향이 컸다. 함께 영화를 보았던 영화광 학교 선배가 ‘감히 단언컨데 내가 본 최고의 영화’라고 말한 바 있는 <더 폴>의 분위기는 기괴했다. 우울하고 슬펐지만 웅장했고, 또 한편으로는 귀여웠다. 이그러진 동화 같은 아름다운 영화였다. ‘추락’이라는 모티프와 흑백이 주는 삭막함. 그 것들을 배경삼아 절묘하게 흐르던 베토벤 7번 2악장 어두운 선율은, 영화를 본 뒤에도 한참 동안이나 귀신처럼 내 귀를 홀리고 있었다. 그런 연유로 나는


“베토벤 7번은 어떤 음반이 좋을까요?”


라고 명곡사 사장님에게 물었다. 사장님은 마시던 믹스 커피를 놓고 잠시간 고민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CD들 사이로 걸어들어갔다. 흡사 축지법을 쓰는 도인처럼, 여유가 있었지만 빠른 걸음이었다. 베토벤은 역시 아바도라며 꺼내든 앨범에는 머리가 살짝 벗겨진 아저씨가 나를 마주보고 있었다. 그의 모습이 왠지 사장님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서울로 돌아와 들어본 Claudio Abbado의 베토벤 7번 (그리고 8번)은 따뜻하고 상냥했다. 영화 <더 폴>에서 들었던 음울함은 온데간데 없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암만 지휘자가 다르다고 해도 정도가 있지, 분명 같은 곡인데도 심상이 완전히 달랐다.


 이 글을 쓰며 생각한다. 베토벤 7번에 대한 나의 기억은 <더 폴>에서 춘천 명곡사로 대체된 것이라고. <더 폴>의 내용은 잘 떠오르지 않지만 명곡사에서의 두 시간은 어제 일처럼 선명한 것이 그 증거다. 경험의 강렬함은 명작의 감동조차 무위로 돌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그 것을 그리움이라 부르고 싶다.  


    - 춘천 명곡사는 아직 운영 중이다.  

    - Claudio Abbado는 2014년 1월 20일 향년 80세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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