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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패설] <Gorillaz> by Gorillaz (2001) 자유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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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한치입니다. 몇년 전부터 그 동안 수집해 온 음반들에 대한 제 추억들을 글로 남기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제 자신의 동기부여를 위해 앞으로 정기적인 느낌의 비정기적으로, 써둔 글들을 스원포코에 업로드 해두고자 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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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rillaz

Gorillaz

2001


 아니 이게 2001년도에 나왔었다고? 나는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놀라고 있다. 꽤 오래된 일인 줄은 알았으나 이렇게도 오래된 음악이었다니. 자료를 찾으면서 확인에 확인을 거듭해보지만 여전히 자신을 믿을 수 없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나 흘러버렸나.

 기억이란 건 이상하다. 바로 어제 저녁에 무엇을 먹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아도, 아주 오래 전 받았던 어떤 인상들은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있다. Gorillaz 음악을 처음 듣던 그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나는 고등학교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야 했지만, 그 기억을 찾기가 어렵지는 않다.

 그 날 학교가 끝난 후, 친했던 친구가 새로운 축구 게임을 샀다며 나를 집에 초대했다. 모두가 축구에 미쳐있던 2001년이었다. 친구가 초대한 건 나 하나였지만 둘이서 하면 무슨 재미냐며, 토너먼트로 붙자며 다른 친구 두 명을 더 달고 그의 집으로 향했다. 잔뜩 기대에 부푼 우리들 앞에서, 친구 녀석은 막 비닐을 깐 ‘FIFA 2002’ 게임 CD를 꺼내 컴퓨터에 넣었다.

 그리고 재생된 오프닝 영상. 그 화려한 영상미에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지금은 나무위키에 개별 항목도 없는 잊혀진 게임이 되었지만, 그 당시 우리들은 그 영상에서 여느 블록버스터 영화 못지 않은 박력을 느꼈다.

 나에게 있어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음악이었다. FIFA 시리즈가 항상 좋은 곡들을 수록 했었지만, 2002의 그 음악은 왠지 달랐다. 엄청나게 좋았던 것이라기 보다 그저 그때까지 듣던 음악들과는 달랐다. 어딘지 들어본 것 같으면서도 어색했달까. 생경하면서도 친숙한 이상한 기분. 그 곡의 제목은 <19-2000>이었고 그 때가 나와 Gorillaz의 첫 만남이었다.


 몇 년이 지난 후 나는 대학에 진학했고, 어른이 된 셀프 선물로 Gorillaz의 음반을 사고 말았다. 알고보니 FIFA 2002에 수록된 <19-2000>은 원곡이 아닌 리믹스였기 때문에, <19-2000(Soulchild Remix)>가 1번 트랙으로 박혀있는 <G-Sides> 앨범도 덤으로 구입하였다. 그 후 한동안은 <Gorillaz>와 <G-Sides>를 번갈아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들의 음악은 첫 눈에 반해버리는 그런 음악은 아니었다. 첫 인상이 강렬한 음악은 대개 한철 지나고 나면 쉽게 질린다. 그러나 Gorillaz의 음악은 전혀 질리는 법이 없었다. 오히려 많이 들을수록 낯설어졌다. 매번 새로운 소리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 시절 가끔 함께 술자리를 하던 형이 한 명 있었다. 국문과임에도 음악에 미쳐있던, 나와 비슷한 부류의 나보다 두 학번 위의 선배였다. 나는 건방지게도 때때로 그 선배에게 ‘New Order 아세요?’ ‘Prince 음악들 어떻게 생각하세요?’ 등의 질문들을 던지곤 했었는데, 그럴 때 마다 선배는 차분하게 답변을 해주었고, 때로 나의 토론상대가 되어주기도 했다. 그 진지함을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하루는 술을 먹다 선배에게 ‘Gorillaz 들어보셨나요?’ 하고 툭 말을 건넸는데, 선배는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고는 ‘죽이지. 죽여줘’ 하며 동어 반복으로 Gorillaz에 대한 찬사를 표현했다. 그리고 뒤이어 그때까지 내가 몰랐던 정보도 하나 알려주었다.


‘Gorillaz 공연 봤어? 스크린 세우고 하잖아’


 뭐라고요? 하고 하마터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 뻔 했다. 스마트폰이 없던 때였다. 당장 근처 PC방에라도 가서 그들의 공연 영상을 확인하고 싶었다. 왜 그 때까지 공연 영상 찾아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일까? 자켓에 그려진 그 캐릭터들이 그대로 무대에 설 것이라곤 상상도 못하던 2000년대, Gorillaz의 무대는 그 컨셉만으로도 충격이었다.


 2020년대 초의 오늘날, 버튜버들이 일상화 된지 오래이고, 게임 캐릭터들이 아이돌 그룹을 결성하여 공연을 하는 것이 더 이상 신기한 일도 아닌 지금, 그들의 조상이 혹 Gorillaz가 아니었는지 생각해본다. 또한 Gorillaz 음악의 대단함도 다시 생각해본다. 20년여가 지났지만 그들의 음악은 여전히 최첨단의 무엇처럼 들린다. 음악을 공부하고 음향을 업으로 삼았지만, 여전히 알 수 없는 부분들이 많다. 다시 20년이 지나 내가 이 글에 대해 부끄러워할 때에도, Gorillaz의 음악은 여전히 최신일 것이다. 확실하다.


  • Gorillaz의 멤버 ‘2D’를 연기하는 Damon Albarn은 Blur의 일원으로 FIFA 98의 주제가 <Song 2>에 참여한 바 있다. <Song 2>는 FIFA 시리즈를 상징하는 명곡 중의 명곡으로 평가 받는다.

  • 글에서는 마치 흘러간 밴드인 양 썼지만 사실 Gorillaz는 2020년대에도 꾸준히 음원을 내며 활동 중이다. 즉, 엄연한 현역이다. 음원들의 퀄리티도 여전히, 한결 같이 좋다. 클래스는 영원하다.


Release Date April 2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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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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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뇽님의 댓글

오늘 출근길에 들은 노랜데 글이 올라와서 깜짝 놀랬네요 ㅋㅋㅋㅋㅋㅋㅋ 제 출근길 보신줄 알았어요.
FIFA 비디오 게임에서 처음 접했을때 인트로 영상까지해서 나오는데 정말 상쾌하면서도 다이나믹하면서도, 충격이였던 기억이 저도 납니다. 명곡중 명곡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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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리77님의 댓글

저도 메탈에 심취한 시절 우연히 고릴라즈 듣고 놀래고(너무 좋아서)..  공연방식 캐릭터로 가는방식이 너무 멋져 보였던..

시간이 지나 아이패드에 iELECTRIBE Gorillaz Edition (KORG사) 이 나와서 신기해하고..
물론 소장용으로 구입도 하구요 ㅋ 일단 어플디자인이 너무 이뻤습니다. 그후 iELECTRIBE Edition 은 너무 심심해보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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