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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패설] <Frengers> by Mew (2003) : 겨울이 왔다 자유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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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한치입니다. 몇년 전부터 그 동안 수집해 온 음반들에 대한 제 추억들을 글로 남기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제 자신의 동기부여를 위해 앞으로 정기적인 느낌의 비정기적으로, 써둔 글들을 스원포코에 업로드 해두고자 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

**음반패설의 더 많은 글은 제 브런치를 통해서 연재되고 있습니다.**

https://brunch.co.kr/@jeonsans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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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절이 바뀔 때마다 듣고 싶은 음악들도 달라진다. 나의 경우 봄에는 가사가 들리는 조용한 음악들을 주로 듣는다. 날씨가 더워지면 시끄럽고 신나는 음악들도 틀어보다가, 가을이 되면 클래식 음악들도 더러 꺼내는 편이다. 그리고 겨울은 나에게 있어 재즈의 계절이다. 쌀쌀한 바람에 식어간 몸을 덥히는데 재즈만큼 제격인 장르가 있을까? 재즈 없는 겨울은 상상하기조차 힘들 정도다. 하지만 그런 나조차도, 겨울을 대표하는 음반으로는 Mew의 <Frengers>를 꼽을 수 밖에 없다. 


 고등학교 시절이었다. 항상 음악 이야기를 나누고는 하던 친구의 mp3에 생소한 곡이 있었다. Mew의 Snow Brigade. 직역하자면 눈의 군대 정도가 될 것이다. 마침 이 노래를 알게된 때가 겨울이었고, 계절과 어울리는 제목과 곡이 주는 느낌이 참 좋았다. 그들의 다른 곡들도 궁금했기에, 몇 주간 돈을 아껴 Snow Brigade가 수록된 앨범 <Frengers>를 구입하고야 말았다.

 처음 앨범 전체를 끝까지 들었을 때 느꼈던 감정은 꽤 복합적이었다. 우선, 음악이 굉장히 좋았다. 복잡한 음악이었지만 어렵지 않았고, 요소가 많았지만 깔끔하게 떨어졌다. 48분 가량의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느껴졌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불편했다. 앨범 커버를 통해 나와 눈을 맞추고 있는 여자의 시선처럼, 앨범을 지배하고 있는 정서는 어딘지 모르게 불안정했다. 굳이 알고 싶지 않은 남의 이야기를 듣는 그런 느낌. Mew의 음악을 듣다보면 일본의 사소설들을 읽으면 드는 감정과 비슷한, 한없이 작아지는 존재를 바라보는 무덤덤한 관찰자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

 사운드는 또 어떠한가? 때때로 터지는 시원한 연주에도 나는 마음 놓고 신나할 수 없었다. 음울한 멜로디를 감싸는, 딜레이가 낀 축축함. 잘 정돈된, 뚜렷한 정위감은 듣는 맛이 참 좋았지만, 역설적이게도 현실이 아닌 듯, 거리감이 생겨버렸다. Mew라는 이름처럼, 털을 곤두세운 고양이처럼, 이토록 자기방어적인 음악을 하는 밴드라니. 


 앨범의 라이너노트를 읽으니 <Frengers>라는 제목의 유래는 friends와 strangers를 섞은 자의적 조합어라고 했다. 부클릿 안쪽에 써있는 ‘Not Quite Friends But Not Quite Strangers’라는 글귀가 눈에 밟혔다. 제목과, 사진과, 음악이 정확히 밴드가 의도한대로 내게 다가왔다. 

 사실, 창작자의 의도대로만 감상해야하는 작품은 재미가 없다. 이는 모든 예술이 마찬가지다. 나는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내 멋대로 비틀어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을 선호한다. 만든 이의 손을 떠나는 순간 작품은 작품 그 자체로 존재할 뿐이다. 내가 낳은 아이가 내 마음대로 크지 않는 것처럼. 100% 부모의 의도대로 살아가는 아이는 존재하지 않을 뿐더러,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인간이라 부르기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Frengers>의 음악들이 내내 날카롭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항상 도도하다가도 가끔씩 다리에 꼬리를 대어주는 고양이 같은, 그런 트랙들이 몇 끼어있다. 그 트랙들 덕분에, 다른 수록곡들의 차가움이 곧 만날 따듯함을 기다리는 과정으로 탈바꿈한다. 

 이를테면 Symmetry 같은 곡 말이다. 갑자기 등장하는 여성보컬이 낯설게 느껴지다가도, 포근한 전개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She Came Home for Christmas 도 빼놓을 수 없는 곡이다. 우울과 행복이 순환하는 듯한 곡 구성에 ‘크리스마스'라는 제목이 주는 강렬함으로, 가히 앨범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브릿지 파트에서 아웃로까지 이어지는 후반부에 가서는 뭐라 표현 못할 카타르시스 마저 느껴진다. 

 앨범의 끝을 장식하는 Comforting Sounds를 들을 때면, 나는 자주 울컥하기 직전까지 간다. 가장 마지막 곡을 길이가 긴 대곡으로 채우는 일은 흔히 있는 일이지만 Comforting Sounds 같은 곡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리스너로서 행운이다. 7분이 넘게 이어지는 기나긴 빌드업이 주는 그 행복감. <Frengers>를 꺼낼 때면 첫 곡이 시작하기 전 나는 이미 Comforting Sounds를 들을 것을 기대한다. 


 찬바람이 불고 나의 CD 가방에 재즈 음반들이 채워질 즈음이 되면, 아직도 나는 간혹 <Frengers>를 찾아 듣곤 한다. 겨울이 되면 어쩔 수가 없다. 이 앨범은 겨울 그 자체인 음반이니까. 그리고 한참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Mew는 덴마크 밴드였다. 어쩐지 음악에서 눈이 내리는 것 같더라니.    


Release Date   April 7, 2003


Recording Date September, 2001 ~ November, 2002


Recording Location Cello Studios(Los Angeles, CA), Ridge Farm Studio(England), Sun Studios(Copenhagen, Denmark) Sweet Silence(Copenhagen, Denmark) Third Stone Studio(Los Angeles, 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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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engers> 앨범과 더불어 메이저 2집인 Are The Glass Handed Kites도 꼭 추천하고 싶다. 음반 전체로서의 유기적인 완성도로 놓고 보자면 2집이 한 수 위이고, 수록곡 개별적인 완성도를 놓고 보자면 <Frengers>가 더 훌륭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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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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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한님의 댓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앨범이네요!
예전에 사운드 레퍼런스로 엔지니어 형한테 빌려줬다가 잃어버린 CD ㅠㅠ
9분 동안 한겹 한겹 더해가면서 클라이막스에 이르는 마지막 트랙 Comforting Sounds 최애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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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짜님의 댓글

링크 해 주신 곡 먼저 들었는데 밴드곡임에도 엄청 부드러운느낌이에요
내일 이어폰 꽂고 앨범전곡을 함 들어봐야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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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리77님의 댓글

역시 명반인가 봅니다.. 저도 우연히 이밴드가 유명하다 해서.. 구입해본적이..
제 취향은 아니여서 자주 듣진않았지만 색다른? 경험을 한기억이 있네요..
다시 들어봐야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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