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패설] <Kind of Blue> by Miles Davis (1959) 자유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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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한치입니다. 몇년 전부터 그 동안 수집해 온 음반들에 대한 제 추억들을 글로 남기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제 자신의 동기부여를 위해 앞으로 정기적인 느낌의 비정기적으로, 써둔 글들을 스원포코에 업로드 해두고자 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
**음반패설의 더 많은 글은 제 브런치를 통해서 연재되고 있습니다.**
https://brunch.co.kr/@jeonsansil
날씨가 쌀쌀해지니 아니나다를까 재즈가 당긴다. 그리고 재즈가 당기는 날에 반드시 손이 가는 앨범 중에는 <Kind of Blue>가 있다. 김이 펄펄나는 아메리카노에 차가운 얼음 한덩이를 집어 넣고 자리에 앉아 재생버튼을 누른다. 얼음을 띄운 이 뜨거운 커피 한잔과 <Kind of Blue>가 퍽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음반에서는 호흡이 들린다. 음악이라고는 하지만 차라리 거대한 호흡에 가깝다. 스피커 콘지 사이로 푸른 담배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 하다. 누군가는 담배 연기를 보이는 한숨이라고 했었는데, 그렇다면 Kind of Blue는 들리는 한숨이라고 해야겠다. 그러나 그 기저에 깔린 감성은 좌절과 회한이 아닌 ‘펀쿨섹’이다.
‘여백'은 본작의 핵심을 꿰뚫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이다. Kind of Blue의 관악기 솔로들은 간결하다. 상대적으로 적은 노트들을 사용하는 대신 쉼표, 즉 여백을 연주의 일부로 활용한다. 쉬는 부분들에도 감정이 들어있고, 계산이 들어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여백의 길이와 빈도가 변화함에 따라 음악의 공간 또한 시시각각 변화한다. 여백이 없이 빽빽하게 구성된 색소폰 솔로 구간에서는 연주자와 몸이 닿을 듯 가까워 지다가도, 긴 여백의 피아노 솔로나 베이스 솔로에서는 절벽을 사이에 둔 듯 거리감이 멀어진다.
한 악기의 여백은 다른 악기에게는 치고 들어갈 틈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두번째 키워드인 대화(Interplay), 즉 악기들 간의 상호작용이 나타난다. 본작의 곡들은 분명히 악기들의 솔로로 구성되는 재즈의 기본 공식을 따라가고있다. 그러나 본작의 솔로는 솔로이되 고독하지 않다. 트럼펫 솔로 뒤, 왼쪽 채널에서의 피아노의 움직임과, 간간히 꿈틀거리는 우측 채널의 드럼에 주목해보자. 나홀로 화려한 드리블을 펼치며 상대 선수를 돌파하는 대신, 짧은 패스를 주고 받으며 침투하는 방식이라고나 할까.
앨범은 아주 작게 녹음된 서정적인 피아노 트리오 연주로부터 시작한다. 들릴 듯 말듯 한 피아노 소리에 온 정신이 쏠린다. 작은 볼륨은 작은 공간을 설정하게 마련. 좁고 조용한 가운데 밀도 높은 긴장감이 흐른다.
본격적인 곡의 시작을 알리는 미려한 베이스 라인 위로 차가운 라이드 심벌, 정제된 피아노 연주가 쌓인다. 이어지는 금관 악기들의 화답. ‘그래서 어쩌라고?’ (So What?) 참으로 짧고 명쾌한 연주다. 훌륭한 연주임과 동시에 재미있는 대화이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여백과 멋! 짧은 인트로 안에서도 기승전결이 만들어지는 것이 놀랍다.
다음 순간, 트럼펫이 앞으로 치고 나오며 평화롭던 회담의 결렬을 알린다. 옹기종기 모여있던 작은 공간은 무너져 내리고 별안간 음악의 공간은 크게 확장된다. 본작의 가장 빛나는 지점이자, 재즈라는 음악을 재정의한, 중요한 순간이다.
아주 오랜 옛날, 워킹 베이스로 대표되는 Swing 감(感), 댄서블하고 빽빽한 느낌이 재즈에서 중요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러한 재즈 운율은 외재율이다. 쉽게 들리는 리듬이기 때문이다.
Miles Davis를 비롯한 여러 연주자들은 내재율의 재즈를 찾기위해 노력했고, 이는 So what의 트럼펫 솔로가 선사하는 공간감과 쿨(Cool)한 톤으로 완성되었다.
이 음반이 발매된지도 어느 덧 반세기가 훌쩍 지났다. 그 세월 동안 재즈는 몇 번의 변혁을 더 겪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재즈는 Kind of Blue가 남긴 여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만 같다.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 앨범을 찾아 듣는 것은 그 ‘변하지 않는 변화'를 듣기 위해서일까? 언제까지 질리지 않을 음반이 있다면 바로 Kind of Blue일 것이다.
Release Date August 17, 1959
Recording Date March 2, 1959 - April 22, 1959
Recording Location Columbia 30th Street Studio, New York, NY
Columbia Street Studio, New York, NY
- 일본의 유명 추리 게임 시리즈, ‘탐정 진구지 사부로 시리즈’의 9번째 작품의 테마가 바로 ‘Kind of Blue’이다. 음반의 분위기와 텐션을 잘 살린 작품이니 관심 있으신 분들께 플레이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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