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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패설] <The Return of NEXT part2 World> By N.EX.T (1995) 자유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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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한치입니다. 몇년 전부터 그 동안 수집해 온 음반들에 대한 제 추억들을 글로 남기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제 자신의 동기부여를 위해 앞으로 정기적인 느낌의 비정기적으로, 써둔 글들을 스원포코에 업로드 해두고자 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

**음반패설의 더 많은 글은 제 브런치를 통해서 연재되고 있습니다.**

https://brunch.co.kr/@jeonsans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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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의 겨울 어느 날, 나는 친한 뮤지션인 강모군과. 그 지인들과 함께 연남동 무드살롱에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 날 이야기의 주제는 단연 신해철이었다. 그 해 10월 의료사고로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그와 그의 노래에 대한 각자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술판은 제법 뜨거워졌다.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무드살롱 대표님은 주인의 자격으로 신해철의 음악들을 가장 큰 볼륨으로 틀어제꼈다. 우리는 공연장에 온 것처럼 춤을 췄다. 시대의 기인을 떠나보내는 우리 나름의 추도식이었다.


 뮤지션 강모군는 가장 좋아하는 신해철의 노래로 <나에게 쓰는 편지>와 <도시인> 등을 꼽았다. 그는 ‘니체의 상처 입은 분노' 라는 가사를 예로 들며 우리 대중가요에서 니체가 나올 일이 있냐며 웃었다. 나는 그에게 나 역시 ‘아침엔 우유 한잔 점심엔 패스트 푸드'를 먹는 다며 응수했다. 옆에 앉은 다른 지인은 신해철의 노래 중 <민물장어의 꿈>을 좋아한다고, 힘들 때마다 들었던 노래라고 했다. 그러다가 무드살롱의 스피커에서 <Lazenca, Save us>가 흘러 나오면 목이 터져라 라젠카를 외쳤다. 한 사람의 죽음을 추억하는데, 저마다 떠올리는 신해철의 모습은 너무나도 달랐다.


 내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신해철,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신해철은 역시 N.EX.T 시절의 신해철이다. 그 중에서도 <The Return of NEXT part 2 WORLD> (이하 WORLD) 는 고등학생이던 내가 공부할 때 즐겨들었던 음반이기도 했다. 이 음반을 자주 들었던 이유는 사실 단순했는데, 총 재생시간이 66분 15초로 길었기 때문이다. <세계의 문>으로 공부를 시작해 <Questions>를 듣고서 공부를 마치고 앉은 채로 <Love Story>를 들으며 잠시 쉬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매점으로 가던 기억이 생생하다. 60분을 공부하고 약 5분을 쉬는 최적의 학습 사이클이었다.


 그런데 그냥 길다고 해서 <WORLD>를 챙겨 들었던 것은 또 아니었다. 60여분의 긴 시간 동안 장르와 주제를 바꿔가며 다양한 음악을 들려주는 앨범이 <WORLD>였기에, 그런 연유로 졸릴 틈이 없던 음반이 <WORLD>였기에, 이 앨범은 고3 내내 나의 CD 가방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잔잔한 나레이션에 이어 폭발하는 사운드로 귀를 즐겁게 하는 <세계의 문(유년의 끝)>과 이어지는 <Komerican Blues(Ver.3.1)> 같은 곡도 있는가 하면, <힘겨워하는 연인들을 위하여> 같은 발라드 곡도 있었다. 낙태를 주제로 한 <Requiem for the embryo> 같은 소름 끼치는 곡도, <나른한 오후의 단상>처럼 평화로운 곡도 있었다.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은 것도 정도가 있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듣다보면 묘하게 다 신해철의 음악이었고 그 속의 통일성을 찾는 것이 <WORLD>를 듣는 재미 중 하나였다. 가령 <아가에게> 같이, 갓난쟁이 조카에게 바치는 곡에서 조차 축복과 더불어 어두운 가사를 쏟아내는 면모 같은 것 말이다.


 20대 초, 홍대 앞 클럽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던 때에 운이 좋았는지 나빴는지 신해철과 넥스트의 공연을 직접 오퍼레이팅 해본 일이 있었다. 퇴근을 준비하던 일요일 저녁이었는데 사장이 갑자기 나를 불러세우더니 신해철이 곧 공연을 할거라며 준비하라고 말했다. 학생 때의 우상을 직접 본다니 어안이 벙벙했다. 사연을 들은 즉슨, 근처에서 술을 먹던 신해철이 갑자기 즉흥적으로 게릴라 라이브를 하려는 중 찾은 장소가 내가 일하던 클럽이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본 신해철은 술에 취해서 그런지 다소 거친 모습이었다. 담배를 물고 무대 위에 올라, 먹던 맥주를 모니터 스피커 옆에다 놓고 <이중인격자>를 불렀다. 콘솔 앞에 앉은 나는 꿈을 꾸면서 꿈을 깼다. 그렇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그게 내가 알던 신해철이 맞았던 것 같다. 고등학생 시절 <WORLD>를 들으며 상상했던 반항아 신해철, 천재 신해철의 모습. 신해철은 언제나 하고 싶은 것을 다 해야만 했던 뮤지션이 아니었던가 싶다. 그가 했던 모든 시도들이 다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는 부지런히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해왔고, 그래서 멋있었다. 살아있었다면 어떤 음악들을 들려주었을까? 신해철이 내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그런 음악들을 하고 있는 어느 평행우주를 상상해본다.  


Release Date   September 15, 1995

Recording Location 대영에이브이 스튜디오 


- <Komerican Blues(Ver.3.1)>은 앨범 내에서 녹음 시간이 가장 오래 걸린 곡이라고 한다. Ver.3.1이라는 숫자에서, 당시 녹음과 믹싱에 들였을 시간과 노력을 짐작할 뿐이다. 3번의 큰 결단과 한번의 작은 변화가 있지 않았을까?

- <The Return of NEXT part 2 WORLD>는 넥스트의 정규 3집이다. 이 시기에  N.EX.T 하면 연상되는 멤버 구성(기타 김세황, 베이스 김영석, 드럼 이수용)이 완성되며 밴드는 최전성기, 안정기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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