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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패설] MEZMERIZE / HYPNOTIZE by System of a down (2005) 음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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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음악 추천 카테고리가 생기다니...
글을 올리지 않을 수가 없군요.
브런치에 올린 글을 약간 가공해서 올립니다.
https://brunch.co.kr/@jeonsansil/52
본 연재를 시작하며 스스로 정한 룰이 있다. 아티스트 당 하나의 앨범만 다룰 것. 하지만 SYSTEM OF A DOWN(이하 SOAD)의 대표작으로 <MEZMERIZE>를 꼽지 아니할 수 없고, <MEZMERIZE>를 소개하며 <HYPNOTIZE>를 빼놓을 수도 없으니, 결국 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규칙을 깨려 한다.
SOAD를 처음 접한 것은 중학생 때 PC통신을 통해서였다. 록 음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포럼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꽤나 핫했던 밴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저작권 개념이 희박했던 때라, 누군가 데뷔 앨범 <SYSTEM OF A DOWN>의 곡들을 버젓이 올려뒀었다. 전화요금을 걱정하며 조마조마 받아 들었던 <Sugar>에 대한 첫인상이 생생하다. Metallica와 Nirvana로 단련된 락돌이었던 나에게도 <Sugar>는 퍽 이상하고 변칙적인 음악이었다. 덕분에 내 윈앰프 플레이리스트에서 <Sugar>는 빠르게 삭제되었다.
내가 다시 SYSTEM OF A DOWN을 만난 것은 고등학생 때의 일이었다. 그들의 두 번째 앨범 <Toxicity>가 나왔고, 음악 좀 듣는다 하는 이들이 그들의 음악을 피하는 게 더 힘든 일일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나 또한 깊은 인상을 받아서 <Toxicity>를 구입하였고, 고등학교 다니던 내내 그 음반을 즐겨 들었다. 명곡과 명연이 즐비한 그 음반을 반복 청취하며, 나는 <Toxicity>야말로 밴드의 최고점일 거라 섣불리 확신했다.
그러고 나서 몇 년 뒤 나는 대학교에 갔다. 그 사이 이른바 ‘뉴메틀’이라고 싸잡아 부르던 음악들의 기세도 많이 꺾였다. Linkin Park 같은 밴드들이 사라져 가는 장르의 마지막 불꽃을 발하고 있었지만, 어쨌든 트렌드는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었다. 그러한 까닭으로 나 역시 SOAD의 신보 소식에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직전에 나온 <Steal this album!>의 퀄리티가 나빴냐 하면 그렇진 않았지만, 결국 <Toxicity>의 부산물 같은 앨범이었던지라 역으로 <Toxicity>만 돋보일 뿐이었다. SOAD가 그 대단했던 <Toxicity>의 수준을 뛰어넘는 앨범을 다시 만들 수 있을까? 하고 회의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실은 나는 이 앨범을 사지 않으려 했다. <Toxicity>가 이들의 최고작이며, 이 이상 이들의 앨범을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으리라 감히 생각했었다. 한데 내 동생이 무슨 일인지 이 앨범 <MEZMERIZE>를 사 왔다. 이 녀석이 웬일로 CD를 다 사 왔나. 하필 뭘 이런 걸 사…. 속으로 생각하며 플레이어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인트로인 <Soldier Side>가 끝나고, <B.Y.O.B>가 터져 나왔다. 내가 지금 뭘 들은 건지 어안이 벙벙했다. 그 뒤로는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당시 유행하던 Four on the floor를 차용한 <Revenga>, <Violent Pornography> 같은 곡들도 있었고, SOAD 특유의 코믹함이 돋보이는 <Cigaro>, <Radio/Video> 같은 곡도 인상적이었다. 팝펑크적인 어프로치마저 들리는 <Old School Hollywood>에 이르서 나는 혀를 내둘렀다. 매너리즘을 돌파하기 위해 타 장르의 요소를 받아들이려는 시도는 모든 밴드가 으레 해오던 것이다. 그러나 <MEZMERIZE>처럼 자신의 것을 잃지 않으며 혁신을 완성한 경우는 드물고, 이 정도로 완성도 높은 앨범이 나오는 것은 특히 희귀한 케이스였다.
놀라운 사실은 또 있었다. 그 해 11월에 <HYPNOTIZE>라는 앨범이 나올 것이며, 이 앨범은 <MEZMERIZE>와 동시에 제작하고 있는 사실상 같은 앨범의 반쪽이라는 기사를 읽은 것이다. 살짝 Metallica의 <Reload> 생각이 나서 불안했지만 발매시기가 고작 반년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으니 SOAD를 믿어 보기로 하면서, 그 해에는 <HYPNOTIZE>을 기다리며 여름을 났었다.
<MEZMERIZE> 때와는 다르게 나는 예약까지 걸어가며 <HYPNOTIZE>를 구입했다. 집에 와 케이스를 <MEZMERIZE> 옆에 꽂아보니 뭔가 어색했다. 가만히 보니 CD케이스의 스파인 부분, 책으로 치면 책등에 해당하는 그 부분에 <MEZMERIZE>라는 제목의 방향이 거꾸로 되어 있었다. 두 음반을 꺼내어 나란히 놓고 보자 커버 아트의 얼굴 방향도 위아래가 서로 반대였다. 호기심에 <MEZMERIZE>를 <HYPNOTIZE>처럼 똑바로 뒤집어보았다. 그랬더니 <HYPNOTIZE> 앨범에 의미 없이 한번 더 접힌 것 같은 면이 <MEZMERIZE>의 케이스에 꼭 맞게 들어갔다. 유레카! 두 음반의 케이스는 처음부터 더블 앨범으로 ‘합체’시킬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런 건 전에도 후에도 본 적이 없었다. 하나의 앨범을 나눠 파는 상술이라는 비판을 어딘가에서 보았던 듯한데, 하나 된 앨범을 보고 있자니 절로 미소가 피었다.
쌍둥이 앨범답게 <HYPNOTIZE>는 <MEZMERIZE> 못지않은 좋은 음악들을 담고 있었다. 인트로 없이 ‘가격’ 당하게끔 시작하는 <Attack>을 필두로, <Dreaming>, <Kill Rock’n Roll> 같이 전작을 연상케 하는 곡들이 이어졌다. <Dreaming>, <Hypnotize>, <Holy Mountains> 같이 몽환적인 테이스트를 가미한 넘버들도 눈에 띄었다. <Vicinity of Obscenity>에서는 여전한 그들의 유머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곡에 꽂혀서 한동안 동방에서 친구들과 ‘바나나 바나나 바나나 테라코타 바나나 테라코타 테라코타 파이’ 하는 후렴을 주문처럼 외웠던 기억도 있다. 아마 미친 사람들처럼 보였을 것이다.
전작 <MEZMERIZE>가 고요 속에 폭탄처럼 떨어진 앨범인 것에 반해, <HYPNOTIZE>의 불길은 <MEZMERIZE>가 남긴 후 폭풍을 뚫고 하늘로 솟구치지는 못하였다. 하지만 나는 <HYPNOTIZE> 역시 굉장히 훌륭한 앨범이라고 생각하고, 만약 두 앨범의 발매 순서가 반대였다면 <HYPNOTIZE>가 지금 <MEZMERIZE>의 지위에 있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한다. 아니, 애초에 두 앨범을 하나로 보는 것이 맞다. 이 두 작품들로 인해 뉴메틀이라는 애매한 기표에 비로소 기의가 깃들었다. <MEZMERIZE>의 인트로였던 <Soldier Side>가 당당히 하나의 곡으로 아웃로를 장식하는 부분에서는 장엄함마저 느껴진다. 뉴메틀 시대의 종언곡이라 할만한 이 곡을 들으며 가까운 미래에 뉴메틀이 재조명받을 시점을 상상해 본다, 그때가 되면, ‘뉴-뉴메틀’의 코너스톤으로 이 음반들을 추천하고 싶다.
Release Date May 17, 2005 / November 22, 2005
Duration 36:06 / 39:40
Recording Location Akademie Mathematique Of Philosophical Sound Research, Los Angeles CA, The Mansion In Laurel Canyon, Los Angeles, 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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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ZMERIZE/HYPNOTIZE>에서는 전작들에 비해 기타리스트 Daron Malakian의 보컬 지분이 많다. <Toxicity>와 비교하며 들어보면 재미있는 감상이 될 것이다.
<HYPNOTIZE>는 밴드의 공식적인 마지막 앨범이다. 이들은 2006년 이후 사실상 해체 상태였다가, 2010년을 기점으로 공연 활동을 재개하였지만, 2020년을 넘기고도 끝끝내 정규앨범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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