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뒤에 올리는 Apogee 본사 방문기 자유광장
컨텐츠 정보
- 6,749 조회
- 18 댓글
- 15 추천
-
목록으로
본문
약 한달 숙성된 아포지 본사 방문기입니다.
김치도 치즈도, 숙성되면 더 진한 풍미와 여운이 남는 법이죠.
그래서 이렇게 잊혀져 갈 때쯤 흐릿한 기억을 끄집어내서 적어봅니다.
떠나는 인천공항 터미널은 언제나 저를 설레게 합니다. (돌아올 때 입국장은 시무룩)
코로나 이후 몇 년 만에 도착한 인천공항은 어딘가 한산한 분위기였고, 설렘과 동시에 왠지 모를 찝찝함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코로나로 인해 출국 전에 신속항원 검사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검사 해본 동료들의 전두엽에 닿는다는 후기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지만, 다른 사람 손에 찔려보는건 처음이라 긴장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내가 그동안 자가키트를 올바르게 사용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스치듯 지나갔고, 허탈함(왜?)과 배신감(?)만이 남았습니다.
오랜만에 탄 비행기는 죄가 없었습니다. 죄가 있다면 3년 간 늙어버린 제 육신과, 그러한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 허술한 정신상태에게 있었겠지요.
간식 포함 서너번의 기내식을 빠르게 클리어 하고 주스와 와인까지 받아 마시며 영화 한편과 책 반권을 읽었을 때쯤,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지만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어떤 탈것이든 머리만 대면 잤던 지난 날과는 달리 가운데 자리에서 뒤척이며 도저히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현지 시간 아침 9시 도착 스케줄이었고, 밤샌 다음날 같은 상태로 캘리포니아의 따뜻한 햇살을 맞이했습니다. 이 잘못된 시작의 여파는 돌아오는 날까지 저를 괴롭힙니다.
멍한 상태에서도 구름맛집 캘리포니아의 하늘에 감탄하면서 아포지 본사에 도착했습니다. (아포지에서 본사에 세계 각지의 디스트리뷰터들을 초대하여 남쇼 전날에 Pre-Namm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그냥.. 동네부터가 참 예뻤고, 차로 10분 이내에 산타모니카 해변(못가봤지만)이 있고, 하늘은 유난히 더 아름다웠습니다. 건물색과 참 잘 어울렸고, 실리콘 밸리(못가봄)의 유명한 IT 기업의 본사 건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독특하게 양쪽으로 문이 있었고, 선택장애가 있는 저는 왼쪽 문으로 들어갔는데 아포지의 의도대로 다행히 그곳이 이번 행사의 입구였습니다. Apogee 로고가 박힌 마스크와 네임택을 받고 본사 건물을 돌아보았습니다.
본사 사무실 내부는 고궁체험 도장찍기 미션처럼 섹션이 나뉘어 있었고, 한 섹션에 적절한 수의 디스트리뷰터들이 모여서 한 곳에 몰리지 않게 유기적으로(점점 자유롭게) 짜여 있었습니다.
여긴 무려 레전설 Bob Clearmountain님께서 직접 7.1.4 돌비 아트모스로 믹싱하시는 Apogee STUDIO!
입구에 붙어있는 보라색 벽에 메탈 양각 APOGEE STUDIO, 들어가기도전에 가슴이 웅장해졌습니다.
따뜻한 미소의 밥(Bob)형님께서 직접 믹싱하신 곡들을 몇 개 들려주셨고 시간과 공간을 잠시 잊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보이는 무대가 알고보니 유튭 영상에서 본적있던 그 라이브 스테이지였습니다.
Apogee 본사 스테이지 라이브 영상
An Evening of Duets with Family Company at Apogee Studio
통유리로 이어져 있어 라이브 믹싱도 여기서 그냥 한방에 바로 휙 해서 확…
다른 사무실로 가는 길에 맥과 함께 설치되어 있던 Mini-DAC입니다. 이걸로 음악 듣다니 부럽네요
점심먹으러 나가다 여기를 지나가면 자부심으로 인한 포만감으로 안먹어도 배부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TMI 하나 풀자면, 화장실은 사진은 없지만 우드 베이스의 따뜻한 분위기에 은은한 조명, 뭔지 모르지만 좋은 향이 나고 음악이 나오는 그런 곳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밤샌 상태라 정확치 않음) 화장실만 축축한 타일 바닥에 형광등이었으면 확 깼을텐데, 뭔가 본사 건물 전체가 일관된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세련되고 깔끔한 건물 외관과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샘솟는 창의력의 결과물을 바로 모여서 이야기하고 들어볼 수 있는 공간들, 흥이 나면 바로 미친 퀄리티의 라이브 공연이 가능한(원한다면) 무대, 그리고 곳곳에 전시된 전설의 장비들과 수상 내역을 보면서 자부심을 느끼며 계속 일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퇴근 시간이 되어 집에 가는 그런 회사.
어쩌다보니 길어졌네요. 다음엔 남쇼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
관련자료
-
이전
-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