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작업
믹싱? 일단 정리부터 하자 : 깨워라! 믹싱스피릿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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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믹싱? 일단 정리부터 하자
(어느 날 스튜디오에서)
태준
자, 오늘은 네가 이 곡을 직접 믹스해 보는 거야.
수연
네? 진심이세요? 아니, 선배. 이거 앨범에 들어가는 곡이라면서요!
태준
연습은 실전처럼. 겁먹을 필요 없어. 일단 세션 열어봐.
수연
(그게 실전으로 연습하란 말은 아니잖아요) 네…! 작곡가한테 받은 파일들은 다 세션 안으로 올렸고, 이제 바로 시작하면 되겠죠?
태준
아니지. 아직 준비할 게 남았어.
수연
네? 다 빠짐없이 임포트 했는데요?
태준
믹싱 준비가 그 정도로 만만한 게 아냐. 제대로 정리하지 않으면 작업이 느려지고 나중에 헷갈리게 돼. 모름지기 엔지니어는 꼼꼼해야 하는 법. 자, 우선 세션의 BPM부터 곡에 맞춰야지.
수연
아, 맞다. 근데 작곡가가 BPM을 안 알려줬는데 어쩌죠?
태준
그럴 땐 킥이나 기타 같은 리듬 악기 트랙을 이용해 BPM을 찾아내야지. DAW에 따라 템포를 감지해 내는 방법이 다르긴 한데, 요즘엔 멜로다인 등을 통해 자동으로 감지할 수도 있어서 편하지. BPM을 알아낸 후엔 그리드에 파형을 맞추고 잘 맞는지 귀와 미터로 꼭 확인해 봐야 해.
수연
네. BPM 확인 완료!
태준
좋았어. 이제 트랙 정리해야지. 악기별로 묶고, 이름도 깔끔하게 정리해.
수연
트랙 네이밍은 어떻게 하는 게 좋아요?
태준
대문자로 적는 걸 추천해. ‘kick’, ‘snare’ 이렇게 적으면 눈에 잘 안 띄어. 없어 보이잖아. ‘KICK’, ‘SNARE’ 이렇게 해야 직관적으로 한눈에 들어오지.
수연
그리고 색깔도 지정하는 게 좋겠죠?
태준
맞아. 드럼은 파란색, 신스는 초록색, 기타 트랙들은 주황색... 같은 식으로 색을 정해 놓으면 트랙을 빠르게 찾을 수 있지.
수연
(다 됐다) 자, 이제 믹스 시작하면 되겠죠?
태준
아직!
수연
또요?
태준
곡 구성을 마커로 표시해야지. 나는 A, B, C, D 같은 알파벳을 사용해서 구분하는 걸 좋아해. Verse는 A, Pre-Chorus는 B, Chorus는 C, Bridge는 D 같은 식으로. 4/4박자 곡일 때 보통 8마디나 16마디 단위로 떨어지지.
여기에 1절이냐 2절이냐에 따라 A1, A2로 쓰기도 하고, 동일한 파트를 약간 변용했을 때는 A', B'' 와 같이 표기하기도 해. 어쨌든 통일되고 간결한 방식으로 곡 구성을 표기해 주면 되는 거야.
수연
오, 확실히 깔끔해졌어요. 곡 전체가 한눈에 보이네요. 이제 진짜 믹스하면…
태준
아직!
수연
… 뭐가 또 남았나요…?
태준
위상 체크해야지. 특히 드럼 트랙들 같은 경우, 여러 개의 마이크로 녹음됐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위상이 살짝 틀어져 있어. 트랙 간 위상이 너무 안 맞으면 소리가 얇아지고 정위감이 약해지지. 필요하다면 위상을 똑바로 맞춰야 해.
수연
위상 보정은 어떻게 해요?
태준
플러그인을 쓰거나, 직접 파형을 보면서 클립을 조금씩 움직여 맞출 수 있어. 위상을 제대로 맞춰주면 훨씬 단단하고 또렷한 소리가 나.
수연
다행히 이 곡에선 크게 문제 되는 부분은 없는 것 같은데, 이제 믹스…
태준
잠깐. 게인 스테이징. 트랙에 올려진 클립들의 볼륨을 미리 어느 정도 조정해 줘야지.
수연
네, 알겠습니다… 근데 어느 정도 레벨이 적당한 거예요?
태준
일반적으로 -18 dBFS 근처가 좋다고들 해. 지금 단계에선 헤드룸만 확보하면 되니 엄청 정확할 필요는 없지만, 어느 정도 일정하게 맞춰두면 작업하기 편하더라고.
수연
그러고 보니 트랙에 따라 어떤 악기들은 너무 크고 어떤 소리들은 지나치게 작네요. 조정해야겠어요. 근데 미터가 이렇게 폴짝폴짝 뛰는데 -18 dBFS를 어떻게 쉽게 맞출 후 있을까요?
태준
전설적인 엔지니어 Bob Katz 선생님께서 만든 K-시스템을 사용해 보길 추천해. K-20, K-14, K-12 같은 용어를 DAW에서 본 적이 있지? 요즘은 대다수의 툴에서 이 미터링 방식을 지원하더라고. 그중에서 K-20을 보면, 미터가 -20 dBFS 기준으로 VU 미터처럼 천천히 반응하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거야. K-20미터의 0 기준으로 클립 레벨을 잡아두면 믹스할 때 쓸 다이내믹 레인지를 꽤 넉넉하게 확보할 수 있어.
수연
오 진짜 훨씬 보기가 쉽네요.
태준
그렇지. 각종 플러그인에서도 K-미터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 리미터 같은 것들에서 말이야. 보이면 한번 써보도록 해.
수연
좋아요! 이제 진짜 믹스…
태준
마지막으로 트랙 배치 확인!
수연
(절망) 선배, 진짜 너무해요…
태준
하하.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느낌으로 배치하는 게 내 스타일이야. 드럼이 제일 위, 그다음 베이스, 기타, 신스, 그리고 보컬. 이렇게 자기가 만질 순서대로 정리하면 흐름이 한눈에 보이고, 작업할 때 편해.
수연
네… 정리 완료했습니다. 이제 믹스 시작해 볼게요!
태준
음… 사실 말이야.
수연
… 뭐요?
태준
너한테 믹스를 진짜로 시킬 생각은 없었어. 그냥 믹스하기 전에 준비 과정을 익히게 하려고 그랬지.
수연
네?! 선배, 그럼 이거 다 장난이었어요?!
태준
장난이라기보단… 교육이지. 근데 네 표정 보니까 장난 같긴 하네.
수연
진짜 너무해… 처음부터 말해줬으면 좋잖아요!
태준
하하, 그래도 많이 배웠잖아? 지금부터는 내가 믹스하면서 차근차근 더 알려주도록 할게. 이제 진짜 시작해 볼까?
수연
아휴. 네 그럼 이번엔 진짜로!
태준
진짜라니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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