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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컬 튠의 핵심요소 : 깨워라! 믹싱스피릿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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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보컬 튠의 핵심요소
(어느 날, 스튜디오에서)
수연
(똑똑똑)
선배, 무슨 일이 그렇게 재밌어요?
태준
어, 수연. 들어와. 이쪽은 클라라 신. 내가 새끼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고, 작곡가야. 메일 체인에서 이름 본 적 있지?
클라라
반가워요. 클라라예요. 지난 번에 자료 주고 받았었죠?
수연
네, 맞아요. 안녕하세요.
태준
지금 클라라 곡 최종 믹스 중이었어. 보컬 튠 몇 군데 다시 손보고 있었거든.
수연
최종 믹스 중이시라면서 튠을 고치시나요?
태준
필요하면 마무리 직전이었어도 고쳐야지. 노래가 제대로 안들리면 믹싱이 무슨 소용이 있겠어. 그리고 우리 클라이언트들도 튠의 완성도를 기준으로 결과물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아서, 엔지니어가 음정 보정을 잘하는 건 필수지. 어떻게 보면 보컬 튠은 그 곡의 작곡가나 프로듀서가 맡아줄 것 같지만, 업계에서는 관습적으로 엔지니어가 튠까지 맡고 있어.
클라라
맞아요. 튠은 사실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이라 저 같은 작곡가가 최종적으로 컨펌해주는 편이 확실해요. 옛날에는 몰라도 요즘 작곡가들은 웬만한 엔지니어 못지 않거든요. 그래도 태준 씨 같은 경험 많은 엔지니어가 세심하게 잡아주면, 곡을 쓴 입장에서 참 감사하죠.
태준
하하. 너처럼 매번 꼼꼼하게 체크 해주는 작곡가도 잘 없지. 쌓아 놓은 코러스가 많아서, 니꺼 만지다 보면 내가 잘 하고 있는 건지 헷갈릴 때가 많아. 꼭 화성학 공부하는 기분이랄까.
수연
음… 그럼 선배는 튠 작업에서 어떤 부분을 가장 신경 쓰세요?
태준
내 경우엔 첫 번째는 곡의 키, 스케일을 먼저 파악하고선, 거기에 벗어나는 음들을 정리해나가는 느낌으로 작업해. 다이아토닉 노트들 안에서 보컬이 움직여줄 수 있도록 말이야. 그러면 노래가 더 음악적으로 들려.
그리고 두번째로 집중하는 부분은 벤딩 인데, 벤딩은 조금 다르게 접근해야 해.
수연
다르게요?
태준
노래에서 벤딩은 보컬이 어떤 음을 시작하거나, 음을 이을 때 살짝 꾸며주는 기교. 연결음을 뜻하는 건데, 이 꾸밈음들을 잘 다루는 것이 중요해.
벤딩을 단순하게 스케일 안의 음들로만 정확히 맞춰버리면, 보컬의 자연스러움이 부족해질 수 있어. 인간미가 없어지고 기계적인 느낌이 강해지지.
클라라
맞아요. 다이아토닉적인 틀에 갇히면 안 되죠. 애써 녹음한 리드 보컬이니 감정을 잘 살리는 튠을 해야해요. 다만 화성적인 아름다움이 중요한 백그라운드 보컬에서는 벤딩을 정확히 맞추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요. 어떨 때는 아예 없애는 편이 낫겠죠. 저는 BGV는 쭉쭉 펴는 쪽을 선호해요.
태준
다이어토닉을 살짝 벗어난 벤딩과 비브라토가 자연스러움을 더해줄 때가 더러 있어.
수연
(고개를 갸웃하며) 스케일을 벗어나면 튠이 덜 된 것처럼 들리지 않을까요?
태준
그럴 수도 있어. 하지만 그게 ‘인간적’인 느낌의 핵심요소야. 스케일에 벗어나게 맞춘 벤딩이나 비브라토가 그 트랙의 자연스러움을 결정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지. 이것들을 얼마나 능숙하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져.
클라라
수연 씨, 벤딩은 방향도 여러 가지로 줄 수 있어요. 음정을 위로 밀어 올리는 상행 벤딩, 아래로 떨어뜨리는 하행 벤딩, 혹은 약간의 포먼트 변화를 통해 벤딩을 표현하는 방식도 있죠. 이 모든 걸 물 흐르듯 구사할 수 있어야 해요.
태준
마지막으로 벤딩을 항상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듯 작업하는 것도 잊으면 안되겠지. 너무 급격하게 음이 움직이면 자연스럽지 않을 테니까.
수연
(둘이서 번갈아 이야기하니까 어질어질해)
그럼 보컬 튠 연습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태준
먼저 곡의 스케일을 찾고, 다이아토닉 노트들을 기준으로 작업하면서, 특정 벤딩에서 의도적으로 반음씩을 벗어나보는 거야. 소리의 흐름을 상상하면서, 이 음이 곡 안에서 어떻게 들리는지 계속 파악해야 해. 솔로를 가끔씩 풀어가면서.
클라라
너무 조급해 하지 말고, 조금씩 여러 방법으로 시도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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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
수연 씨, 태준 씨랑 일하면서 많이 물어보세요. 이 사람, 성격은 별로지만 실력은 최고니까요.
수연
네, 잘 배워보겠습니다.
태준
(성격 얘기가 여기서 왜 나와)
그런데 수연아, 아까부터 뭐 궁금한 거 있어 보이던데?
수연
아니요. 그냥 선배와 클라라 님이 되게 잘 맞는 것 같아서요.
태준
하하 뭐, 오래 알고 지낸 사이니까.
클라라
그럼 난 이만 가볼게요. 수연 씨, 다음에 또 봐요.
수연
오래 알고 지낸 사이…
태준
뭐?
수연
아니에요. 그냥 저도 선배랑 저렇게 편하게 얘기하려면 몇 년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서요.
태준
수연아, 사람 사이의 편안함은 시간이 아니라 마음에 달렸어.
수연
휴, 알겠어요. 그럼 전 이만 나갈게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