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플을 다루는 우리의 자세 : 깨워라! 믹싱스피릿 #7 음악작업

#7 : 샘플을 다루는 우리의 자세

(스튜디오, 믹스 준비 중)

수연
선배, 이 스네어 뭔가 약하지 않아요? 저역도 없고 파형도 찌그러져있네요.

태준
맞아. 이건 이미 프로세싱이 된 샘플이야. 작곡가가 고른 샘플은 웬만하면 살려서 쓰는게 맞는데 이건 리미팅이 좀 심하긴 하네.

수연
이거 EQ랑 컴프로 좀 보강하면 안 될까요?

태준
어떻게든 써볼 수도 있는데, 이미 찌그러진 샘플이라면 그 효과가 미미할 수도 있어. 괜히 건드리다가 오히려 소리가 더 이상해지는 경우도 많아.

수연
그럼 어떻게 하죠?

태준
작곡가랑 상의해 봐야지. 다행히 이 곡 프로듀서가 클라라라서, 아까 전화해뒀어. 마침 이 근처라 스튜디오로 온다고 하네. 같이 이야기해 보자고.

수연
아… 클라라 님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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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문이 열린다)

클라라
태준. 스네어가 이상하다니 무슨 일이야?

태준
이걸 좀 들어봐.

클라라

(집중해서 트랙을 듣는다.)

음… 확실히 스네어가 날아가는 느낌이네. 작업실에선 괜찮게 들렸는데.

태준
사실 이 정도 상태면 그냥 샘플을 교체하는 게 나을 수도 있어.

수연

앗, 지금 다 바꾸신다구요?

태준

하하. 그렇지만 클라라가 애써고른 샘플을 무시하고 넘어갈 순 없으니, 이 위에 적당한 스네어를 하나 레이어링해서 보강하면 어떨까해.

요즘엔 드럼 리플레이스먼트 플러그인도 잘 나오고, 게이트에서 사이트체인을 빼서 덧대는 방법도 있지. 내가 미리 골라 둔 샘플을 써볼게.

(DAW를 조작한다)

클라라

어머, 역시 다르네! 이 소리 좋은 것 같아. 이대로 픽스할테니 믹스 잘 부탁해.

태준

다행이다. 그리고 이 베이스는 스테레오 트랙으로 되어있는데, 모노 채널로 바꾸는 게 나을 것 같아. 베이스가 명확하게 가운데에서 나올 수 있게 말이야. 

수연
스테레오 샘플을 그냥 모노로 바꿔서 쓰는 경우가 많나요?

태준
그렇지. 스테레오 양 채널을 모노로 서밍해서 쓰는게 아니라, 채널이나 R채널 중 하나만 떼서 쓰는게 좋아. 이렇게 모노로 작업하면 정위감을 컨트롤하는게 수월하지.

수연
그렇군요. 근데, 이 곡에서 쓴 신스 패드가 이미 리버브랑 딜레이가 많이 묻어 있어서, 좀 번지게 들리는 것 같아요.

클라라

안 그래도 물어보려 했는데, 너무 웻한 소스를 준 거 아니야? 믹싱하기 괜찮을까?

태준
뭐, 일반적으로 샘플이나 가상악기 트랙에 리버브나 딜레이가 너무 과하게 들어가 있으면 믹스할 때 곤란하다고들 하지. 엔지니어가 따로 공간감을 조절할 여지가 줄어드니까 말이야. EQ나 게이트를 써서 얼추 고치거나, M/S 프로세싱으로 가운데는 살리고 사이드만 줄이거나, 요즘은 AI를 써서 리버브를 줄여보기도 하지. 그렇지만 난 신스나 기타의 이펙트는 그 악기 소리의 일부라고 보기 때문에… 가능하면 이 웻한 질감을 살려보고 싶어. 이 악기를 쓴 클라라의 센스를 믿고 그대로 써볼게.

클라라

고마워 태준.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드라이한 소스도 하나 보내줄게. 내가 몇 개 수정해볼 수도 있고. 수연씨 이따가 메일보내고 전화드릴게요.

수연

설마 지금 샘플을 고칠 줄은 몰랐어요.

태준

요즘은 실제 악기 녹음보다 샘플이나 가상악기를 활용해 작곡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간혹 이런 일도 있는거지 뭐. 샘플이랑 가상악기 소리에 워낙 이것저것 걸려있는 것들이 많아서 오히려 까다롭다고 해야하나. 기타 녹음도 앰프보단 DI에 꽂고 할 때가 대부분이지. 클라라랑 이 세션 저 세션 불러서 녹음하고 다닐 때가 그립네 그리워.

수연
(작게 중얼) 좋은 추억이셨겠어요.

클라라
태준이가 수연씨 잘 안챙겨주는 거예요?

수연
아, 아니요! 그냥… 선배가 옛날 얘기하는 게 좀… 아저씨? 같아서요.

태준
뭐?!

클라라
(웃으며) 아, 인정 인정. 태준이 아저씨 다 됐지 뭐.

태준
하… 너까지 왜 그래 귀남아…

수연
뭐라구요?

클라라

야! 그 이름 부르지 말랬지!

태준

하하하하 (도망간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