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작업
EQ 사용의 두번째 걸음 : 깨워라! 믹싱스피릿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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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 EQ사용의 두번째 걸음
(어느 날, 스튜디오에서)
태준
야, 과자 좀 먹으면서 해라. 네가 작업에 빠져 있길래 잠깐 쉬라고 가져왔어.
수연
어머, 선배! 간식까지 사 오시고, 오늘 기분 좋으신 가봐요?
태준
아니, 기분은 늘 똑같아. 참, 고객사에서 소스 받았다며? 정리 다 끝났어?
수연
네, 이제 막 정리 다 했어요.
태준
그래? 어디 한번 들어보자.
(태준이 스피커로 고객사 소스의 보컬 트랙을 재생한다.)
태준
수연아 너는 이 보컬 트랙이 어떻게 들리니?
수연
뭔가 먹먹하고 답답한 느낌이에요. 콧소리가 심한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태준
맞아. 중저역에 에너지가 뭉쳐서 그래. 200-300Hz가 부스트 되어 있으면 이런 답답한 소리가 나오지.
수연
아, 그런 문제였군요. 선배는 그럼 이걸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태준
아무래도 EQ를 써야겠지? EQ는 ‘밴드 별 레벨을 조정하는 도구’니까. 먼저 문제가 되는 대역을 정확히 찾아내는 거야. 나는 보통 스위핑부터 시작하지.
수연
스위핑이요?
태준
EQ의 Q값을 좁게 설정하고 특정 대역을 어느 정도 부스트한 다음, 주파수를 움직이면서 거슬리는 부분을 찾아내는 방법이야. 이걸로 거슬리는 대역을 더 쉽게 확인할 수 있지. 에너지가 뭉쳐있는 대역에선 소리가 ‘훅’ 하고 튀어나오거든.
요즘엔 세상이 좋아져서 EQ에 스펙트럼 애널라이저가 함께 달려있거나, 대역별 솔로를 지원하는 경우가 많아서 스위핑도 편하게 할 수 있지.
단, 너무 오래 스위핑을 하다 보면 뭐가 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리는 경우도 있어. 그래서 스위핑을 시작하기 전에, ‘대충 이쪽이 문제겠군’이라는 걸 어느 정도 좁혀두고 접근하는 게 좋아.
수연
아, 정말이에요! Q별로 솔로가 되네요? 이다음 순서는 뭉친 부분을 바로 컷 하면 되는 거죠?
태준
꼭 그런 건 아니야. 예를 들어, 200-300Hz를 잘못 건드리면 기음이 과도하게 컷이 되어 해당 트랙의 존재감이 옅어질 수 도 있어. 필요한 만큼만 정리하고, 때로는 배음을 활용해 소리를 풍성하게 만들 수도 있지.
수연
배음을 활용한다고요?
태준
기음은 소리의 어떤 소리의 근본이 되는 대역이고, 배음은 그 기음의 배수 주파수야. 예를 들어, 100Hz가 기음이라면 200Hz, 400Hz 같은 배음들이 있을 수 있지. 하지만 기음이 문제일 때는 배음도 같이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서 기음과 배음을 함께 살피며 조정해야 해. 한 대역의 강약이 다른 대역들에도 영향을 줄 때가 더러 있어.
수연
아… 그러니까 기음과 배음, 혹은 특정 대역들을 따로따로 생각하지 말고, 전체적인 소리의 변화를 잘 들어보면서 EQ를 조절해야겠네요.
태준
바로 그거야. 이 보컬 트랙 같은 경우엔 200-300Hz 대역을 살짝 정리하면서 고역대를 잘 살리면 답답한 느낌은 없애면서 소리를 선명하게 만들 수 있을 거야.
수연
선배, 혹시 스위핑 말고 다른 팁도 있으세요?
태준
있지. 소리를 이미지화해서 모니터링하는 방법도 추천할게.
수연
이미지화요?
태준
소리가 내 얼굴의 어디에 도달하는지 상상하면서 작업하는 거야. 예컨대 나는 200-300Hz는 코에 걸리는 느낌이고, 2-3kHz는 코끝에서 이마 위로 올라가는 느낌이라고 생각하며 음악을 들어. 보컬은 이마 위로 떠오르고, 킥 드럼은 가슴 쪽을 쿵쿵 친다고 상상하면서 말이야.
수연
아! 몸을 가지고 소리를 이미지화하라는 말씀이군요.
태준
그래. 그런데 이 방법엔 개인차가 있어. 어떤 사람은 자기 몸 전체를 기준으로 소리를 이미지화하기도 하고, 허리 위 모든 곳을 활용해서 소리의 위치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어. 수연이 네가 느껴지는 대로 너만의 방식을 찾아봐.
수연
그럼 좋아하는 음악 들으면서 연습하면 되겠네요?
태준
맞아. 음악을 들으면서 소리가 어디에 도달하는지 상상해 보고 그 위치를 몸에 새기는 거야. 그런 다음에는 어떤 소스를 만나더라도 몸에 새긴 소리를 떠올리며 대처할 수 있는 거지.
수연
와, 정말 꿀팁이네요! 오늘 집에 가서 당장 연습해 볼게요.
근데 선배, 아까 200-300Hz는 코에 걸린다고 하셨잖아요?
태준
그래, 왜?
수연
지금 과자 부스러기가 선배 코에 걸려있어서 너무 신경 쓰이는데요?
태준
뭐? 거울 어딨어?
수연
하하 여기 있어요. 가시는 길에 제 방에 흘린 것도 좀 치워주세요.
태준
...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