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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Q 사용의 첫걸음 : 깨워라! 믹싱스피릿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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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Q 사용의 첫걸음 : 깨워라! 믹싱스피릿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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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EQ 사용의 첫걸음
(퇴근 시간, 스튜디오에서)
수연
선배! 제가 연습 삼아 믹싱해 본 곡이에요. 한 번 들어봐 주세요!
태준
(퇴근하던 길이었는데 ㅠ)
음… 전체적으로 나쁘진 않아. 그런데 EQ를 좀 복잡하게 썼네.
수연
복잡해요? 저는 그냥 열심히 해본 건데요…
태준
그렇다고 한 트랙에 여섯 개씩이나 걸 필요는 없지. 그리고 이 차트 좀 봐. 이건 소리를 조정했다기보다는, 뭔가 ‘그려보려’ 애쓴 느낌이야. 중요한 건 차트가 아니라 네 귀로 들리는 소리야. 소리가 제대로 정리됐는지가 중요하지, 그냥 열심히 해서는 의미가 없어.
수연
그럼 제가 뭘 잘못한 걸까요?
태준
EQ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해. 너도 알겠지만 EQ는 '이퀄라이저(Equalizer)'의 줄임말이야. 믹싱을 ‘밸런스를 잡는 일’ 임을 곱씹어본다면, ‘이퀄라이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할지 상상할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많은 이들이 간과하는 게, EQ가 굉장히 강력한 툴이라는 점이야. 그 왜 예전 <더 이퀄라이저>라는 영화에서의 덴젤 워싱턴 같달까? EQ로 소리를 살릴 수도 있고 반대로 죽일 수도 있지.
수연
덴젤 워싱턴이 누군데요?
태준
미안. 넘어가자. 어쨌든 EQ는 특정 주파수 대역의 볼륨을 특정의 Q값으로 올리고 내릴 수 있는 툴이라는 게 핵심이야. 어떤 소리를 평탄하게 하거나, 어떤 대역을 강조 혹은 줄이는 도구지. 단순히 음색을 변화시키는 도구로만 보면 그 본질을 놓치는 거야.
수연
아… 그러니까 음색에도 관여하지만, 주파수별 ‘음량’을 다룬다는 거군요.
태준
맞아. 예를 들어, 피아노와 베이스가 중저역에서 부딪힌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둘 중 하나의 대역을 살짝 낮춰서 공간을 만들어 주는 거야. 그럼 두 악기가 더 명확히 들리고, 전체적인 사운드도 정리되지. EQ는 이런 식으로 주파수 간의 충돌을 해결하고, 여백을 만들어주는 도구야.
수연
알겠어요. 그럼 제가 EQ 쓰는 법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요?
태준
먼저 EQ 없이 볼륨 페이더만으로 믹스를 해 봐. 볼륨만으로 악기 간의 밸런스를 맞추려다 보면 분명히 답답한 부분이 나올 거야. 예를 들어, 뭔가 너무 탁하거나, 튀는 소리가 들릴 수도 있겠지. 그때 EQ를 사용해서 그 대역만 정리하는 거야.
수연
음 그 생각은 못해봤네요.
태준
그렇지. 역설적이게도 EQ를 쓰지 않아야 EQ 없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에 대해 알게 돼. 컴프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곁다리로 알 수 있을 거야. 감이 잡혔다면 다음 단계로, 되도록 간단한 EQ를 써 보는 게 좋아. 밴드와 Q값이 고정된 기본 3 밴드 EQ 같은 거 말이야. 초보자가 지나치게 자유도가 높은 파라메트릭 EQ부터 사용하면 길을 잃기 쉽거든.
수연
그러니까 초보자용 안전벨트 같은 거군요.
태준
하하 맞아. 고정된 밴드와 Q값이 있는 EQ는 선택지를 제한해 주기 때문에 초보자가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 디자인에 참여한 엔지니어들의 철학과 경험이 담겨 있는 도구라 기본기를 익히기에 딱 좋아.
수연
기본기를 익힌 후에는, 필요에 따라 파라메트릭 EQ로 세밀하게 조정하는 거군요?
태준
똑똑한데? 마지막으로, EQ를 사용할 때는 항상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해. 무조건 만지작거리는 게 아니라, 왜 이 대역을 조정해야 하는지, 조정하면 전체 사운드에 어떤 영향을 줄지 생각하면서 작업해야 해. 너의 이 믹스를 보면 불필요하게 ‘왠지 걸어야 할 것 같아서’ 건 EQ들이 있단 말이지.
수연
앗.
태준
우선 불편한 대역을 컷 하는 데서 시작해. 처음엔 과감히 조정해 보는 것도 좋아, 소리가 어떻게 변하는지 들어볼 수 있으니까. 그렇게 감각적으로 익히는 게 중요해. 하이, 미드, 로우 세 대역으로 단순하게 나눠서 조정해 보는 것도 감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될 거야.
수연
네, 선배. 복잡하게 하지 말고 심플하게! 귀로 듣고, 손으로 만져보겠습니다!
태준
좋아. 실수하면서 배우는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중요한 건 네가 의도를 가지고 EQ를 사용하는 거야. 그리고 너도 알겠지만 요즘엔 정말 다양한 종류의 EQ가 나와있어. 다이나믹 EQ는 이제 흔해졌고, Q와 밴드가 동적으로 움직이거나 레조넌스만 스마트하게 컨트롤하는 EQ도 있지. 겉모습과 이름은 각양각색일지라도 어쨌든 이퀄라이저인 이상 ‘밴드 별 레벨을 조정하는 도구’라는 본질은 바뀌지 않아. 그 점을 잊지 말고 길을 찾아나가도록해.
수연
네 선배. 근데 그렇게 멋진 EQ들 혼자만 쓰시는 거 좀 아깝지 않으세요? 저한테 하나쯤 물려주시면 안 돼요?
태준
얄밉다니 뭔 소리야? 제대로 쓰지도 못할 애한테 플러그인 줬다가 애물단지 되는 꼴 난 보기 싫다.
수연
제가 선배보다는 훨씬 귀여워해 줄 수 있는데요? 플러그인도 사랑받으면 기뻐하지 않을까요?
태준
플러그인이 무슨 강아지냐? 사랑받는다고 잘 돌아가는 게 아니야. 잘 다룰 줄 알아야지.
수연
그러니까 선배가 저한테 잘 가르쳐 주시면 되잖아요! 하나만 딱, 물려주는 거 어때요?
태준
어휴 한몇 년 지나고 다시 얘기하자. 지금은 꿈도 꾸지 마라.
수연
그럼 저 진짜 열심히 해서 선배 장비 다 물려받는 걸 목표로 삼을게요! 조심하세요~
태준
...빨리 퇴근이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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