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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디사이저를 위한 최고의 DI. Radial JDI Stereo Passive DI-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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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게시물은 "젤리피쉬 모에"에 작성된 원문을 "스원포코"에 맞게 수정하였습니다.
오랜만의 내돈내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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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다룰 예정이긴 하지만 최근 샘플러를 하나 샀다. 처음에는 디자인 때문이었는데, 쓰다 보니 이거 꽤 물건이라 이걸 음악 작업에도 활용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필자가 하나 간과한 점이 있다. 필자가 구매한 샘플러가 언밸런스드 출력이라는 점이다. 언밸런스드로도 일단 오디오 인터페이스에 연결해서 사운드를 뽑을 수는 있다. 그러나 밸런스 연결과 달리 언밸런스드 연결의 경우, 케이블에 들어오는 노이즈들을 전부 케이블만으로 버텨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필자의 샘플러를 밸런스드로 개조하기엔 쉽지가 않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 정보의 바다를 헤엄치다 보니 괜찮은 솔루션이 바로 근처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바로 DI-Box였다.
What is DI-Box?
DI-Box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본 분도 있고, 들어보지 않은 분들도 있을 거다. 그런데 대부분 무대 공연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면 DI-Box에 대해서 알고 있다. 그러나 이게 정확히 어떤 장비인지는 의외로 알고 있는 사람이 적다. 단순히 깨끗하게 소리를 걸러 주는 장비, TS 잭을 XLR 단자로 바꿔 주는 장비로 알고 있는 분들도 있다. 그래서 시작하기 전에 DI-Box에 대해 간단하게 정리하고 시작할까 한다.
DI-Box는 풀어서 설명하면 Direct Input Box, 언밸런스 신호를 밸런스 신호로 바꾸어 주는 장비다. 음악을 하다 보면 언밸런스, 밸런스에 대해서 어느 정도 들어본 적이 있을 거다. 언밸런스 신호를 밸런스 신호로 바꿔주는 거라면 2극 TS 단자에 3극 XLR 단자 달린 케이블 그냥 써도 되는 거 아닌가? 하는 분들이 있을 수 있다. 5m 내의 가까운 거리라면 크게 티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5M 이상의 원거리 연결에서 2극 TS 단자에 3극 XLR 단자 달린 케이블을 사용하게 되면 잡음이 신호에 개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공연장에서 사용할 경우 기본적으로 믹서와 무대의 간격이 멀기 때문에 잡음에 노출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이럴 경우 DI-Box를 사용하게 된다면 한번 내부에서 신호를 변경 후 내보내기에 노이즈 개입을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다.
또한 Di-Box는 신호 전달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한다. 악기의 출력(TS)은 대부분 높은 저항을 가지고 있고, 마이크가 연결되는 단자(XLR)는 낮은 저항을 사용하고 있어 악기 출력 단자를 마이크 연결 단자에 직접 연결할 경우 신호가 찌그러지면서 원래 출력보다 낮은 값이 나오게 된다. 여기서 DI-Box를 사용한다면, DI-Box 내부의 저항 변환을 통해 마이크 연결 단자에 연결하게 되어도 신호의 손실이 없게끔 유지할 수가 있다. 흔히 DI-Box를 사용한다면 소리가 훨씬 좋게 들어온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DI-Box가 소리의 손실을 최대한 억제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DI-Box는 팬텀 파워의 유입을 방지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XLR 단자의 경우, 콘덴서 마이크 연결을 할 것을 대비해 48v 팬텀 파워을 켜고 끌 수 있는 기능이 들어간 경우가 많다. 케이블이 연결되어 있는 동안에는 팬텀 파워가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팬텀 파워를 켠 채로 케이블을 뺄 때, TS 단자의 결착 방식 때문에 합선이 일어나 악기의 회로를 태워버릴 수도 있다. DI-Box를 사용한다면 내부의 트랜스포머 코일을 거쳐서 신호가 전달되기에 팬텀 파워의 유입을 차단한다.
여담이지만 DI-Box는 패시브 방식과 액티브 방식으로 나뉘어진다. 패시브 방식은 외부의 전기 없이도 DI-Box를 구동할 수 있는데, 액티브 방식의 DI-Box라면 팬텀 파워를 공급하는 등 추가적인 전원 공급을 필수로 한다. 그리고 액티브 방식의 DI-Box에는 자체적으로 프리 앰프가 들어 있어, 입력되는 신호가 작은 경우에는 증폭을, 입력 신호가 너무 큰 경우에는 어느 정도 보정한 후 내보내게 된다. 만약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악기의 다이나믹 레인지가 넓은 경우라면 액티브 방식의 DI를 사용하는 걸 추천한다. 주변에 외장 악기를 주로 연주하는 분들이 개인 장비로 DI-Box를 구매하는 경우들은 보통 위의 3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Radial DI
오늘 소개할 장비는 Radial의 플래그십 DI-Box, Radial JDI Stereo Passive DI-Box다. Radial이라는 회사는 캐나다 벤쿠버에 위치해 있는 회사다. 이전에는 케이블 관련 상품만 만들었는데, 기존에 가내 수공업으로 제작되던 DI-Box를 최초로 기성품으로 만든 JDI라는 DI-Box를 출시하면서 회사의 방향성이 크게 바뀌었다. 고품질의 트랜스포머를 만들기로 유명한 Jensen Tranformer를 사용한 JDI가 시장에서 크게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가능성을 본 Radial은 이후에 전문적으로 DI-Box를 만드는 회사로 재탄생하였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Radial JDI Stereo Passive DI-Box는 Radial이 최초로 선보인 JDI의 회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2 채널을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든 스테레오 모델이다. 즉, Radial JDI Stereo Passive DI-Box를 사게 되면 총 2 채널의 DI를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가격은 정가 기준 650,000원으로 플래그십 라인업 다운 비싼 가격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연장이나 프로 뮤지션들이 Radial JDI를 사용하는 걸 생각하면 이미 성능적으로 검증된 장비기에 충분히 투자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삼아스토어에서 Radial JDI Stereo Passive DI-Box을 구매하였고, 구매한 다음날 필자의 작업실로 제품이 도착했다.
Unboxing
필자의 작업실에 오늘의 주인공, Radial JDI Stereo가 도착했다. 필자와는 연이 없을 줄 알았던 장비가 작업실에 있으니 조금 신기하다. 전면에는 Radial 로고와 제품 사진, 그리고 제품명이 인쇄되어 있다. 박스가 작아서 가벼울 줄 알았는데 묵직해서 당황했다. DI가 무겁다던데 진짜였다. 별도로 봉인 씰이나 비닐 포장은 되어 있지 않다. 정말 터프하다.
박스 후면에는 JDI Stereo에 대한 설명이 영어로 작성되어 있다. 설명을 대충 읽어보니"라이브 공연 투어 및 프로페셔널 레코딩을 위한 2 채널 패시브 다이렉트 박스, 프리미엄 'Jensen' 트랜스포머가 내장되어 있습니다"라는 내용이다. 설명 아래에는 베이스, 기타, 그리고 신디사이저 등에 사용할 수 있다는 아이콘이 그려져 있다.
바로 전면에는 Radial JDI Stereo 시리얼 번호와 UPC 코드 스티커가 붙어 있다. 시리얼 번호는 소중하니까 모자이크했다.
그렇다면 개봉을 해보자. 박스는 이렇게 밀어야 열 수 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박스 방식이다. 생각보다 뻑뻑하게 끼워져 있어 살살 밀어야 할 듯하다.
속 박스를 열면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JDI... 대신 매뉴얼이 모습을 비춘다. 어차피 중요한 건 DI기 때문에 빠르게 치워보도록 하겠다.
박스에서 모든 구성품을 꺼냈다. 구성품은 매뉴얼, 스티커, 그리고 Radial JDI로 굉장히 간결한 구성이다. 이 이상의 구성품은 없다.
Radial JDI Stereo
그럼 비닐을 벗기고 빠르게 기능 파악에 들어가자. Radial JDI Stereo의 첫인상은 "육중하다"였다. 작은 사이즈인데 엄청 무거웠다! 해봤자 필자의 트랙볼 정도 되는 사이즈밖에 안 되는데 꺼내면서 이거 왜 이렇게 무겁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제품을 꺼내고 나서 이유를 알았는데, 본체 자체가 쇳덩어리였다. 아무래도 DI 박스는 주로 공연장 같은 가혹한 환경에서 사용하다 보니 내구성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무척 묵직하고 단단하게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전면에 있는 육각 나사도 엄청 강력한 토크값으로 조여 놓을 정도다. 필자가 한번 풀어보려 했는데 드라이버가 망가질 뻔했다. 당장 밖에 갖다 던져도 멀쩡할 것 같은 묵직함 덕분에 신뢰감이 상승한다.
가장 먼저 하단의 단자들을 보자. 하단에는 언밸런스드 라인 입력을 위한 TRS 단자 2쌍이 자리 잡고 있다. 하단의 단자는 순수히 입력만을 위한 TRS 단자고 바로 위의 TRS 단자는 Thru 라인으로, 기타를 연결해서 사용할 때, Thru 쪽으로 앰프를 연결해서 사용하면 앰프와 DI로 받은 소리를 둘 다 얻을 수 있다. 그래서 Thru다. 그 옆에는 입력 감쇄를 위한 Pad 버튼도 있다. 오디오 인터페이스에 있는 Pad 버튼과 같은 기능을 가지고 있다.
Radial JDI의 상단에는 Radial JDI로 들어오는 입력을 밸런스 아웃으로 뽑아주는 XLR 단자가 있다. L-R 구분이 되어 있지만 상황에 따라 각각 모노로도 활용할 수 있다. 가운데에 있는 Ground / Lift 버튼은 접지로 인한 노이즈를 제거해 주는 역할은 한다. 건물마다 전기 배선이 다른 경우가 있는데, 이때 Ground / Lift 버튼을 눌러 접지 노이즈를 제거할 수 있다. 이는 건물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노이즈가 들리지 않는 방향으로 설정하면 된다. 꼭 이렇게 해야 한다 같은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다.
바닥 부분에는 매우 푹신한 폼이 붙어 있다. 폼은 미끄럼 방지 역할도 하고 있어 약간 울퉁불퉁한 경사진 곳에 올려놔도 쉽사리 밀리지 않을 듯하다. 폼의 탄성이 꽤 좋아서 계속해서 만지고 싶은 느낌이 든다. 폼이 본체에 단단하게 붙어있기 때문에 웬만해선 쉽게 떨어지진 않아 보인다.
Setting
그렇다면 Radial JDI Stereo DI-Box를 한번 설정해 보자. 마침 필자에게는 최근 구매한 EP-133 드럼머신이 있다. EP-133은 스테레오 아웃을 지원하지만, 3.5파이를 이용하여 출력하는 형태기 때문에 언밸런스드 규격이다. 이 상태로 오디오 인터페이스에 직결해서 사용할 수도 있지만, 노이즈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기에 DI-Box에 연결하게 된다면 전기 노이즈 혹은 외부 노이즈를 DI-Box에서 걸러주기 때문에 이전보다 훨씬 깔끔하게 녹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Recording Sample
그럼 레코딩을 받아보는 게 가장 확실하겠지. 필자의 샘플러와 Radial JDI Stereo를 연결하고, XLR 케이블로 필자의 메인 오디오 인터페이스, Babyface Pro로 소스를 받아보았다. 간단한 비트를 레코딩할 건데, 총 2번 레코딩했다. 첫번째는 DI 없이 오디오 인터페이스에 직결해 레코딩, 두번째는 Radial JDI Stereo DI를 통과한 후 오디오 인터페이스에 라인 입력으로 들어가게끔 레코딩했다. 같은 음원이기에 차이를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평가는 영상을 보는 분들에게 맡긴다.
Conclusion
이렇게 해서 Radial JDI Stereo Passive DI-Box를 간단하게 살펴보았다. 굉장히 간단한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의외로 필요할 곳이 생기는 장비가 아닌가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사실, DI-Box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의견이 나뉘는 편이다. 당장 필자 주변의 지인들도 DI-Box가 꼭 필요한 물건인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요즈음에는 오디오 인터페이스의 성능이 좋아진 것도 있고, 일부 오디오 인터페이스에는 그럴듯한 DI 단자가 달려 나오는 경우도 있어서 과연 DI-Box가 필요한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악기 연결 시 노이즈가 들어와서 연주 및 레코딩을 망치게 된다면 DI-Box를 꼭 찾게 된다. 정말 필요에 의해 사게 되는 장비다. Radial JDI Stereo Passive DI-Box는 이러한 분들의 불편함을 싹 잡아주는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해결책이다. Radial JDI Stereo Passive DI-Box의 내부 구조는 다른 DI-Box들과 차이가 적은 편이다. 언밸런스 신호가 트랜스포머를 거쳐서 밸런스 출력을 만들어주는 기초적인 형태다. 지금도 직접 DI 박스를 만들어 쓰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부품과 손재주만 있다면 쉽게 만들 수 있다.
직접 만들 수도 있는데 기성품 Radial JDI Stereo Passive DI-Box를 사야 할 이유가 있는가?라고 물을 수도 있는데 나름의 이유는 있다. 첫째로 신뢰성이다. 개인이 직접 만든 DI-Box와 달리 공장에서 대량 생산을 통해 만들어지는 DI-Box다. 직접 납땜을 통해 만들어지는 자작 DI-Box와 달리 공장에서 숙련된 직원들이 만드는 DI-Box는 상대적으로 오작동할 가능성이 낮다. 또한 Radial JDI 시리즈는 1996년에 출시된 이래 약 20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면서 회로의 신뢰성이 입증되었다. 그러므로 직접 만드는 것보다 기성품을 산다는 뜻은 신뢰성을 보고 구매한다는 뜻이 되겠다. 두 번째로는 내구성이다. 물론 개인이 만든 DI-Box도 내구성을 높이는 게 가능하다. 그런데 직접 물건을 만들다가 기성품 이상의 재료비가 들어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Radial JDI 시리즈는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된 경험들이 있기에 어느 정도의 내구도로 만들어야 제품이 충분히 오래 버틸 수 있다는 데이터들이 축적되어 있다. 여러 환경에서 사용된 경험. 이것은 절대 무시할 수가 없다.
물론 단점이 있다고 하면 가격이다. Radial JDI Stereo Passive DI-Box는 Radial의 플래그십 DI-Box, JDI 라인업에 속해 있는 만큼 가격대가 꽤 나가는 편이다. 65만 원이라는 가격이 어디서 솟아나는 것도 아니기에 가격적 부담이 꽤 있다. 그렇지만 위에서 언급한 이유, 특히 신뢰성 측면에서 충분히 구매할 만한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마련한 Radial JDI Stereo Passive DI-Box는 홈 레코딩만 하던 필자에게 있어 과분한 장비일 수도 있다. 집에서 샘플러에 물려 레코딩하는데 JDI씩이나 써야 하나?라고 만류한 필자의 지인들도 있다. 그럼에도 일단 궁금하니까 한번 도전해 봤다. 아마도 몇 주 정도 더 써보고 어떻게 할 건지 결정할 듯하다. 그러나 이것만큼은 확실하다. 앞으로 악기들을 더 살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깨끗하게 소리를 받을 수 있다는 점. 이것만으로 마음이 놓인다. 자금적 여유가 된다면 꼭 하나 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