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든 음악 작업. Teenage Engineering OP-1 /w 캣츠렌탈 아웃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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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게시물은 "젤리피쉬 모에"에 작성된 원문을 "스원포코"에 맞게 수정하였습니다.
또한 "캣츠렌탈"에서 제품 대여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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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선물로 Stylophone을 받은 이후, 모임이 생길 때마다 들고 가서 연주하고 다녔더니 날 보고 음유시인이라고 놀리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참을 수 없었다. 밖에서 연주하는 참재미를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든 연주할 수 있다는 점이 꽤 메리트여서 컴퓨터가 없이도 작업할 수 있는 기계에 관심이 생겼다. 이걸 DAWless라고 하던가? 알아보니 제대로 하려면 충분한 공간과 돈이 있어야만 시작할 수 있는 부우자들을 위한 취미였다. 아뿔싸! 큰 돈이 순식간에 나갈 뻔했다. 잠시 지갑을 진정하고, 어떤 장비로 시작해야 잘 시작했다고 인정받을 수 있을지 정리해 보기로 했다. 조사 도중, 기억의 저편에서 까맣게 잊고 있던 꿈의 장비를 우연한 기회로 만나게 되었다. 음악을 하기 전부터 써보고 싶었던 장비를 2023년에야 만날 수 있게 되다니, 인연은 모르는 법이다. 이미 눈치챈 사람도 있겠지만, 오늘 소개할 장비는 휴대용 신디사이저다. 물론 휴대용 신디사이저 중 가장 유명한 장비를 가져와봤다. Teenage Engineering 사에서 만든 휴대용 신디사이저, OP-1이다.
Teenage Engineering(틴에이지 엔지니어링, 약칭 TE)이라는 회사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 분도 있지만, 없는 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을 음악 장비를 만드는 회사라고 생각할 텐데, 사실은 음악 프로덕션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디자인 하우스다. 의외로 음악 장비가 아닌 것도 많이 만든다.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컴퓨터 케이스부터 인스턴트 필름 카메라, 목각인형 등등 꽤 특이한 제품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다른 회사와 콜라보해서 디자인을 하는 경우도 많다. 음악 프로덕션을 위한 장비를 전문으로 만드는 회사가 아닌 음악 프로덕션 제품군이 포트폴리오에 있는 디자인 회사라고 보는 게 정확할 듯하다.
OP-1은 2010년, Teenage Engineering이 만든 첫 번째 포터블 신디사이저다. 단순한 신디사이저가 아는 크기도 작으면서 다양한 종류의 신스 엔진이 들어가 있고, 자체적인 레코더도 있어서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 올인원 휴대용 워크스테이션이다. 처음 출시했을 당시, 음악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필자도 작은 사이즈에 많은 기능들이 들어가 있어 많이 놀랐었다. OP-1은 작은 사이즈 덕분에 많은 프로 뮤지션들이 사용했는데, Swedish House Mafia의 뮤직 비디오에 나오기도 했고. 최근에 방문했던 KOBA2023에서도 OP-1을 이용해 라이브셋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현재까지도 유튜브를 찾아보면 OP-1을 활용해 음악을 만들어내는 아티스트들이 굉장히 많다. OP-1은 처음엔 90만원 근처의 가격으로 출시하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잠시 생산이 중단되었다. 이후 소비자들의 요구로 재생산되었는데, 소비자 가격도 같이 올라 100만원 이상의 신디사이저가 되었다. 지금은 환율의 영향으로 가격이 더욱 인상되는 바람에 가지고는 싶지만 가격의 장벽에 가로막혀있는 신디사이저다. 최근에 후속작인 OP-1 Field가 출시되었는데, 역시 가격이 매우 인상적이다. 비록 후속작이 나오면서 오리지널 OP-1은 단종되었지만 오리지널 역시 충분히 매력적인 장비인지라 여전히 OP-1을 찾는 사람들이 꾸준히 있다.
현재 OP-1의 가격은 사운드캣 공식몰 기준 1,699,000원으로 어지간한 스피커나 오디오 인터페이스와 맞먹는 가격이다. 이렇게 비싼 장비를 소개하는 건 필자가 지금까지 쓴 리뷰 중 처음이 아닐까 싶다. 가격이 가격인만큼 아쉽게도 내돈내산할 수가 없어 필자가 애용하던 장비 대여 서비스의 신세를 또 지게 되었다. 진짜 사용해보고 싶은 장비인데 이걸 참을 수 있을 리가.
What is "캣츠 렌탈"?
1,690,000원이라는 OP-1의 정가는 어지간한 스피커나 오디오 인터페이스와 맞먹는 가격이다. 그렇기에 단순히 어떤 장비인지 써볼 목적으로 장비를 구입했다가 다시 파는 건 시간적으로도 금전적으로도 손해다. 그렇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빌리기에는 필자 주변에 OP-1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아쉽게 없었다. 만일 있다 하더라도 장비 대여는 실례가 될 수도 있기에 직접 제품을 써보기에는 쉽지 않다. 필자 앞에 놓인 선택지는 단 두 개뿐. 큰 돈을 들여서 구매 후 직접 써보거나, 아니면 유튜브 등의 영상 매체를 통해 간접적인 체험을 하거나. 그러나 지금은 2023년이다. 이전보단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 짧은 기간 동안 장비들을 사용해 볼 수 있으면서도 할부 구매도 지원하는 음악 장비 대여 서비스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바로 사운드캣에서 운영하는 프로 음악 장비 대여 서비스, "캣츠 렌탈"이다.
캣츠 렌탈은 사운드캣이 취급하고 있는 모든 장비들을 빌려서 사용할 수 있다. 최근 유튜브로 이름을 알린 Hi-Fi 오디오 제품부터, 음악인들을 위한 오디오 인터페이스 및 마이크까지. 재고만 있다면 다 빌려서 사용해 볼 수 있다. 캣츠 렌탈은 인수형 렌탈과 써보기 렌탈, 총 2가지의 서비스를 지원한다. 인수형 렌탈과 써보기 렌탈은 기본적으로 장비를 빌려준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결제 방식이나 처리 과정에서 약간 다른 점이 있다.
인수형 렌탈은 이름 그대로 정해진 기간 동안 렌트비를 내며 사용하다가 정해진 기간을 채우면 렌트했던 물건이 자신의 소유가 된다. 신용 거래를 하는 만큼 어느 정도의 신용조회가 이루어지며, 신용카드로만 렌트를 진행할 수 있다. 이러면 할부 구매와 다른 게 뭔가 싶을 수도 있지만, 인수형 렌탈은 사용하다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 바로 렌탈을 중지할 수 있다. 대신 정해진 약정을 파기하는 거기 때문에 위약금이 추가로 나갈 수 있다. 또한 제휴 카드를 사용하면 월 최대 25,000원 이상의 구독비 할인이 들어가 원가보다 저렴하게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조금이라도 제품을 싸게, 그리고 달당 비용을 절감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는 플랜이다.
써보기 렌탈은 이름 그대로 짧은 기간 동안 제품을 체험할 수 있다. 최대 3개월까지 제품 렌탈이 가능하며, 렌트 기간이 끝난다고 해서 제품이 자신의 소유가 되진 않는다. 그래서 처음 써보기 렌탈을 결제할 때, 각 개월치를 일시불로 결제한다. 일시불로 내는 만큼 별도의 신용도 보지 않고, 그냥 돈 내는 만큼 빌려 쓰는 거다. 필자와 같이 제품을 리뷰하는 리뷰어들, 그리고 제품 구매 전, 성능을 체험하고 싶은데 금전적으로 부담이 되는 사람들에게 적합한 플랜이다.
필자는 Teenage Engineering OP-1 리뷰를 위해 써보기 렌탈 프로그램을 이용하였다. 써보기 렌탈을 캣츠렌탈 페이지에서 신청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필자의 작업실로 Teenage Engineering OP-1가 도착했다. 써보기 프로그램은 재고가 있어야 물건이 배송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제품이 도착해 굉장히 놀랐다. 아마 이번 리뷰를 포함해서 캣츠렌탈에서만 4번째 대여인데, 하지만 음악을 시작하기 전부터 써보고 싶었던 장비를 직접 써볼 수 있다고? 이건 못 참는다.
Unboxing
필자는 데모용 제품을 받았다. 그렇기에 상자의 상태가 조금 좋지 못한 점 양해 바란다. 박스는 매우 감각적으로 디자인되어 있다. 제품의 대략적인 이미지가 좌측 상단에 인쇄되어 있고, 우측에는 OP-1 글자와 함께 이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간단하게 인쇄되어 있다. 인쇄되어 있는 대로, OP-1은 신디사이저이자 샘플러, 그리고 컨트롤러다. 여기에 더해서 간단한 레코딩도 진행할 수 있어 오디오 워크스테이션이라고 보는 쪽이 정확할 듯하다.
박스의 뒷부분은 크게 정보가 없다. 바코드, 각종 제품 인증, TE 로고 등을 제외하면 깔끔하다. 디자인 하우스에서 디자인해서 그런가, 패키지가 다른 오디오 장비의 박스와는 무언가 다르다는 인상이다.
옆으로 박스를 밀면 다음과 같은 종이 케이스가 나온다. 처음 개봉할 때에는 박스를 두르고 있는 스티커를 잘라낸 후 케이스를 열어야 하지만, 이미 박스가 개봉되었을 때엔 포함되어 있는 고무 밴드로 케이스를 고정하면 된다. 박스를 감싸고 있는 스티커는 OP-1의 기능 설명도 하면서 동시에 봉인 실의 역할도 하고 있다. 생각보다 영리하게 디자인되어 있어서 인상적이다.
박스를 열면 구성품이 모습을 보인다. 물론 필자가 받은 제품은 데모 제품이라 실제 제품에 들어있는 구성품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기본 구성품은 다음과 같다.
OP-1 본체
USB-mini B 1.5m 케이블
고무 밴드 x2
OP-1 설명서 겸 먼지 덮개
다만 필자가 받은 데모 제품에는 고무 밴드가 1개만 포함되어 있었다. 여러 군데 돌아다니면서 하나가 망실된 모양이라 살짝 아쉬웠다. 생각보다 구성품의 수가 적다. 170만 원 언저리 하는 제품 치고는 구성품이 생각보다 적다.
케이블은 USB A to Mini-B 타입이다. 선재도 좋은 편이고 케이블에 TE 로고가 새겨져 있는 건 케이블에 특별히 신경 썼다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2010년도에 처음 출시한 제품답게 요즘엔 생소한 Mini-B 타입인 점은 10년이 지난 지금엔 아쉬운 부분이다. 최신 버전인 OP-1 Field는 Type-C 단자를 사용하고 있어 더더욱 빈티지한 느낌을 준다. 그래도 Micro-B 타입이 아닌 게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Mini-B 타입은 내구도 하나만큼은 우수하다.
OP-1
이제 제품 소개를 간단하게 할 차례다. OP-1은 먼지 보호 커버가 기본적으로 동봉되어 있다. 사이즈도 딱 맞게 되어 있고 흠집이 나지 않으면서도 돌돌 말 수 있는 재질이라 보관도 간편하다. 동봉되어 있는 먼지 보호 커버는 간단 매뉴얼의 역할도 한다. 자세히 보면 각 버튼들마다 사용할 수 있는 기능에 대한 설명과 각 구성요소들의 설명이 먼지 보호 커버에 빼곡히 적혀 있다. 단순히 넘어갈 수 있는 먼지 보호 커버를 활용하는 모습이 TE 답다는 인상이다. 먼지 보호 커버에 제품 시리얼 스티커가 붙어 있으니 그 부분은 관리할 때 주의하도록 하자.
먼지 보호 커버 겸 설명서를 벗겨내면 OP-1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몸체는 메탈로 되어 있어 생각보다 묵직하다. 다만 버튼들이나 노브들은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다. 품질이 꽤 좋은 플라스틱이라 장기간 사용에도 쉽게 번들거리지 않아 보인다. 각 노브들은 볼륨 노브를 제외하면 무한 노브다. 돌리면 걸리는 감이 있는 고급 노브들이라 사용할 때 꽤 촉각적인 만족감을 준다. 또한 클릭도 되어서 추가적인 기능들을 사용할 수 있다. 노브들에는 홈이 파여 있는데, 이는 추후 오토메이션을 위한 각종 하드웨어 애드-온을 쉽게 설치할 수 있는 요소들이다. 각 버튼들의 누르는 느낌은 노트북의 키보드를 누르는 느낌과 유사하다. 작은 공간에 눌리는 느낌을 살리기 위해 펜타그래프 방식의 키보드를 사용한 듯하다.
또한 OP-1은 디자인적으로도 훌륭하다. 각 요소들이 군더더기 없이 알차게 들어가 있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다. 정사각형 및 직사각형으로 구성된 각각의 버튼들의 모습이 생각 이상으로 조화롭게 들어 있어서 디자인적으로도 신경을 많이 쓴 신디사이저란 생각이다. 그런데 하나 흠이 있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건반 부분이다. F음이 시작음으로 되어 있다. 기본적으로는 C 건반으로 시작하는 게 일반적인데, F 건반이 시작이라니 조금 특이하다. 이는 후속작인 OP-1 Field도 마찬가지다.
노브 옆에는 작은 구멍들 몇 개와 OP-1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상단의 4개의 구멍은 내장 마이크, 하단의 5개의 구멍은 LED 라이트다. LED 라이트는 OP-1에서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데, 마이크의 수음 정도, 피크 미터 등 다양한 용도를 가지고 있다. 마이크나 피크 미터들은 올인원 신디사이저에서 기능적으로 필요한 장치들인지라 어떻게 제품 디자인에 녹여낼지 좀 의아했는데 꽤 영리한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제품에 들어왔다.
우측면에는 스트랩을 달 수 있는 스트랩 홀, 전원 스위치, Mini-B 케이블, 3.5파이 인풋 및 3.5파이 아웃풋이 있다. 양 모서리에 스트랩 홀이 있는 게 꽤 인상적이다. 휴대성에 신경을 쓴 신디사이저인만큼 스트랩홀에 여러 악세사리나 스트랩을 달아서 편하게 들고 다니라는 배려로 보인다. 전원 스위치는 생각보다 견고하다. 생각보다 단단한 스위치 느낌을 가지고 있어 실수로 온/오프 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 좌측면에는 아무것도 없다. 모든 포트가 우측에 몰려 있어 고정하고 사용할 때 케이블 정리가 간편하다.
후면은 심플하다. TE 로고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고 주변에 미끄럼 방지를 위한 고무 발이 4개, 그리고 나사 홀 2개와 제품 인증 정보들이 있다. 미끄럼 방지를 위한 고무 발 사이에 있는 나사 홀은 OP-1을 고정할 때 사용한다. 필자가 그렇게 고정할 일은 없겠지만, 전시 등 어딘가에 고정해 놓고 사용할 때에는 꽤 유용해 보인다.
각종 포트들이 위치해 있는 곳 뒷면에는 포트 위치에 맞춰 점자가 새겨져 있다. 실제로 장애인들이 사용하기에 불편할 수도 있는 신디사이저인데, 점자로 배려를 한 걸 보면 생각보다 구석구석에 친절함이 넘쳐흐른다.
제품에 전원을 넣으면 TE 로고가 잠시 나오면서 OP-1을 사용할 수 있다. 켜는 데 10초 정도가 걸리는데 생각보다 빠른 부팅 속도다. 처음 전원을 넣으면 하단에 펌웨어 정보도 같이 나오는데 만일 펌웨어가 최신 버전이 아니라면 추후에 업데이트를 진행하면 된다.
Feature
OP-1에는 굉장히 많은 기능들이 들어 있다. 필자도 3개월이라면 길다면 긴 기간 동안 OP-1을 사용했지만, 사용하지 못한 기능들도 있을 정도다. 인터넷에 올라온 수많은 사용자들의 리뷰들을 보면 중요한 기능들을 주로 사용하지, 모든 기능을 다룬 리뷰는 생각보다 적었다. 그렇기에 필자 역시 곡을 만들 수 있는 필수적인 기능들을 각 카테고리 별로 설명해보려 한다. 이 작은 사이즈에 크게 6개 이상의 카테고리가 들어 있다. 이는 후속작인 OP-1 Field에서 더욱 개선되었다고 한다.
Synthesizer
Synthesizer 파트에서는 우리가 흔히 아는 사운드 디자인을 할 수 있다. 기초적인 가산합성 신디사이저부터 FM 신디사이저, 스트링, 샘플러 등 총 11개의 소프트웨어 신디사이저들이 OP-1 안에 구현되어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신디사이저처럼 복잡하게 라우팅할 수 있는 건 불가능하다. 제한된 레이아웃 안에 신디사이저 조작, ADSR, 이펙트, LFO 등 대부분의 신디사이저에서 볼 수 있는 기능들을 최대한 압축하여 넣었다. 신디사이저 조작 및 ADSR 및 이펙트, LFO 화면으로의 전환은 디스플레이 하단에 있는 "1~4 버튼"을 통해 전환할 수 있다. 신디사이저들은 컨트롤 노브 바로 아래에 있는 '1번부터 8번 버튼'에 최대 8개를 등록할 수 있다. 다른 종류의 신디사이저 전환도 간단하게 버튼을 누르면 손쉽게 전환할 수 있다.
OP-1에 내장되어 있는 이펙트의 종류 또한 다양하다. 이 작은 사이즈에 7가지나 되는 내장 이펙터들이 있다. 다만 내장된 이펙터들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DAW에서 사용하는 이펙트들이 아닌 사운드 디자인에 특화되어 있는 여러 가지 기능들이 함께 내장된 이펙터다. DAW의 플러그인과는 설계 방향이 다르기에 적응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직접 사용하면서 사운드를 알아가는 재미가 생각보다 쏠쏠하다.
Drum
신디사이저와 Drum은 별개의 항목으로 분리되어 있다. Synthsizer 항목에서 Sampler가 있어 제한적인 드럼 작업을 할 수 있지만 슬롯 8개 제한으로는 드럼을 연주하기엔 부족하다. 그렇기에 TE는 OP-1에 별도의 드럼 전용 샘플러를 넣어놓았다. 곧바로 비트를 찍을 수 있을 정도로 퀄리티 좋은 샘플들이 내장되어 있어 즉석에서 그럴듯한 비트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만일 내장되어 있는 샘플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따로 오디오 샘플을 넣어서 커스텀할 수 있다.
Drum 모드에는 Sampler만 있는 게 아니다. 드럼 전용 신스 엔진인 'Dbox'가 있어 따로 드럼 사운드를 디자인할 수도 있다. 사용법은 Synthesizer에 포함되어 있는 "DSynth"와 사용법이 유사하다. 샘플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하나하나 원하는 사운드를 직접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는 꽤 장점이다. 물론 직접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신디사이저 지식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막 악기를 접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사운드를 만들기에는 조금 어려운 감이 있다. 그렇다고 어느 정도 신디사이저를 다룰 수 있는 분들에겐 Dbox의 자유도가 제한적이라 원하는 사운드를 만들기에 부족할 수도 있다. 음악을 스케치한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어느 정도 쓸만하겠지만.
Tape
드럼 및 신디사이저 쪽에서 사운드 디자인을 끝냈다면 이제 기록할 차례다. Tape 모드에서는 앞에서 연주한 드럼 및 신디사이저들을 레코딩할 수 있다. 재생 버튼 근처에 있는 6개의 키로 재생, 정지, 레코딩, 테이프 들어내기, 테이프 붙여 넣기, 테이프 구간 자르기를 할 수 있다. 꽤 전문적이고 아날로그적인 방식이라 디지털 편집에 익숙한 필자는 아직도 적응하는데 꽤 어려웠다.
테이프 머신에 레코딩은 좌측 하단의 레코드 버튼을 누르면 시작할 수 있다. 재생 버튼을 누른 후, 레코딩 버튼을 누르는 동안 레코딩이 되는 펀치 레코딩도 지원한다. 또한 테이프 머신의 특성을 십분 활용해서 계속해서 덮어씌우면서 레코딩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실수해서 지우게 된다면 지옥도가 펼쳐지겠지만. 그렇기에 OP-1에서는 4개의 테이프 레코더에 어떤 악기를 배분해서 레코딩할 건지 잘 생각해야한다. 또한, 디지털 미디 레코딩이 아닌 테이프 스타일 레코더기 때문에 레코딩 후 퀀타이즈가 되지 않는다. 퀀타이즈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야 한데 완벽한 연주를 하면 된다. 80년대 편집 방식을 2020년대에 직접 체험하는 과정, 굉장히 귀하다.
Mixer
믹서 창은 매우 간결하다. 총 4 채널로 되어 있으며 값을 0에서 99까지 설정할 수 있다. 마스터 EQ 및 이펙터, 컴프레서가 들어 있어 이미 레코딩된 사운드들의 후보정 또한 제한적으로 가능하다. 마스터 EQ는 3 밴드밖에 지원하지 않지만 사운드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데엔 충분하다. 또한 컴프레서도 있어 최종적으로 출력될 음원의 다이나믹을 줄여 어느 정도의 간이 마스터링도 가능하다. 앞서 신디사이저 파트에서 살펴봤던 이펙터들도 그대로 마스터 채널에 걸 수 있다. 마지막까지
Tempo
믹서 버튼 위에는 별도로 음악의 박자를 결정할 수 있는 버튼이 있다. 여기서 BPM 설정 및 메트로눔 사운드를 재생할 수 있다. 위에서 확인했듯, 사운드 레코딩이 테이프 머신을 작동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기에 테이프 머신의 재생 속도가 병기되어 있는 점이 특이하다. 테이프 머신의 속도를 기준으로 세팅할 수도 있고, 일반적인 BPM으로도 세팅할 수도 있다. BPM 대신 테이프의 IPS로 음악을 레코딩 한다면 꽤 독특한 느낌이 나올 수도 있겠다. 의외로 OP-1이 사용자에게 주는 선택권이 꽤 많은 편이다.
Help & Tools
만일 OP-1을 사용하는데 모르는 부분이나 막히는 부분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필자처럼 매뉴얼을 꺼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되도록 신디사이저 안에서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을 거다. 그런 분들을 위해 Teenage Engineering은 OP-1에 Help 버튼을 만들어 놓았다. Help 버튼을 누르면 디스플레이에 지금 어떤 기능을 이용 중인지 크게 텍스트로 표기된다. 사진 상에서 필자는 지금 Mixer 창에서 Help 버튼을 누르고 있다. FX 파트에 초록 불이 들어와 있는 걸 보니 FX가 활성화된 상태다. 꼭 Mixer 창이 아니더라도 Help 버튼을 누른다면 해당 메뉴에 알맞은 기능들이 표기될 거다. 또한 Help 버튼으로 OP-1의 배터리 확인도 가능한데, Help 버튼을 5초간 꾹 누르고 있으면 우측에 위치한 5개의 LED에 남은 배터리를 대략적으로 표시해 준다.
REC
올인원 워크스테이션 OP-1에서 레코딩을 빼놓을 수가 없지. OP-1의 레코딩은 단순히 어떤 소리를 녹음하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소리를 즉석에서 레코딩하고 샘플러나 드럼에 곧바로 넣어 사용할 수 있다. 인풋단에 나름 게이트도 있어서 꽤 고품질로 샘플링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TE의 다른 제품 중 Pocket Operator에서도 비슷한 기능이 있었는데, 아마 OP-1에서 가져온 기능이 아닐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OP-1은 자체 마이크를 통한 마이크 레코딩, 라인 입력, 루프백 레코딩 등 4가지 방식의 레코딩을 지원한다. 하나를 소개하지 않은 거 같다고? 바로 아래에서 마저 이어가겠다. 필자 기준에서 꽤 중요하다고 느꼈기에 따로 자리를 만들었다.
위에서 말을 아꼈던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레코딩 모드에는 OP-1을 사고 싶게 만드는 킬러 콘텐츠가 있다. 바로 FM 라디오가 내장되어 있다. FM 라디오가 있는 게 어때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단순히 FM 라디오를 듣는 걸 넘어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사운드를 실시간으로 샘플링한 후 드럼이나 샘플러에 넣어서 곧바로 연주할 수 있다. 누구나 그런 상상을 해본 적 있을 거다. 라디오를 샘플링해서 내가 만든 음악에 넣으면 어떨까. OP-1은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필자가 OP-1에 관심을 가지게 만든 원흉이기도 하다. 다만 제대로 사용하려면 라인 입력에 외장 안테나 혹은 이어폰을 꽂아야 사용할 수 있다. 탁 트인 야외에서는 신호 수신에 무리는 없는데, 건물 안에서 사용하려면 잡음 때문이더라도 외장 안테나 사용이 강제된다.
멜로디를 짜는데 아이디어가 생각나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 OP-1에는 아르페지오도 내장되어 있다. DAW에서 자주 보던 아르페지오 모드도 있지만 이게 아르페지오라고?라고 생각될 정도로 특이한 아르페지오도 있다. 특히 "Sketch" 아르페지오는 매우 신박하다고 생각한다. 이건 진짜 한번 봐야 한다.
그 밖에도 OP-1에는 다양한 기능들이 많이 숨어 있다. Tape 레코더 말고 하나의 음반을 만들 수 있는 Album 모드도 있는데, 이건 LP의 형태를 띄고 있다. A면과 B면 더블싱글로 앨범을 만들 수 있는데, 꽤 빈티지한 느낌이 강하다. Album 모드 말고도 다른 기능들이 궁금하다면 공식 매뉴얼을 한번 읽어보는 걸 권장한다. 필자가 언급한 기능 말고도 수많은 기능들이 있으니 매뉴얼을 꼭 읽어보자. 매뉴얼을 읽다가 알게 된 기능들도 여럿 있다.
OP-1 매뉴얼 (영문)
https://teenage.engineering/_img/54b7f9bf8681400300255cab_original.pdf
Demo Video
이번에도 역시 데모 영상을 준비했다. OP-1을 처음 구동하는 것부터 신디사이저 조작, 그리고 레코딩까지 일련의 과정을 간단하게나마 영상으로 담아보았다. 역시 필자의 프로듀싱 스킬이 좋은 편이 아니라, 어떤 식으로 활용하는지를 중점으로 감상하면 좋을 듯하다.
Conclusion
OP-1은 깔끔한 제품 디자인 안에 강력한 기능을 숨기고 있는 포터블 워크스테이션이다. 요즘 식으로 이야기하면 "장난감이 힘을 숨김" 정도겠다. OP-1의 아기자기한 디자인은 사람들로 하여금 "저거 갖고 싶다"라는 마음을 들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실제로 필자 역시 깔끔하고 수려한 디자인 덕분에 리뷰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 속에는 많은 지식을 요구하는 강력한 신디사이저와 테이프 머신이 숨겨져 있다. 게다가 OP-1은 이전에 리뷰했던 Stylophone 같은 1 악기 1 음색이 아닌 올인원 장비라 특히 소프트웨어 신디사이저, 샘플러, 테이프 머신 등의 이해가 없다면 제대로 사용하기 어렵다. 게다가 디자인적 인터페이스가 음악적인 인터페이스보다 우선적으로 설계되었다는 느낌이라 원하는 사운드 요소를 빠르게 찾기 힘들다. OP-1이 악기가 아닌 디자인이 가미된 공산품이라는 인상은 여기서 들었다.
OP-1의 장점은 압도적인 휴대성이다. 위의 사진은 이번 4월 출장 당시 필자가 일본에 OP-1을 들고 가서 찍은 사진이다. 일반적인 25 키 신디사이저였다면 부피가 꽤 커서 일본에 들고 갈 생각을 못했을 텐데, OP-1은 백팩에 쏙 들어가는 사이즈 덕분에 일본에 들고 가서 마스터 키보드 겸, 아이디어 스케치 용도로 사용했다. 아이디어 스케치 용도로 OP-1 만한 장비는 없다고 생각한다. 즉석에서 비슷한 소리를 만들고 사운드를 모니터링하면서 언제 어디서나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은 다른 장비에서는 찾기 힘든 장점이다. 두 번째 장점으로는 샘플링이다. OP-1은 샘플링이 간편하다. 당장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나 라디오에서 아나운서가 말하는 소리를 즉석에서 샘플링한 후 내 음악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 컴퓨터에서도 물론 되는 기능이지만, 언제 어디서든 샘플링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반면 필자가 생각했을 때 불편했던 점도 물론 있다. 가장 불편함을 크게 느꼈던 부분은 대부분의 기능들이 숨어 있다는 점이다. OP-1은 휴대성을 위해 대부분의 기능들을 Shift 버튼과 조합해서 조작하게 되는데, 아무리 먼지 방지 커버에 기능들 설명이 있다 하더라도 기능들이 직관적이지 않다. 특히 크게 느꼈던 부분은 테이프 머신을 조작할 때였다. 테이프 머신을 조작하면서 동시에 신디사이저나 드럼을 조작할 경우가 많은데, OP-1의 버튼들은 여러가지 기능들을 가지고 있어 모드에 따라 버튼의 조작 방법이 달라진다. 예를 들면, 1번부터 8번까지의 기능키들은 신디사이저 모드에서는 다른 신디사이저를 불러오는 기능이지만, 테이프 머신 모드에서는 구간반복, 루프 시작 및 종료 등의 기능들로 작동한다. 테이프 머신 모드를 사용하다가 다른 신디사이저를 불러오려면 신디사이저 버튼을 누르고 버튼을 눌러야 다른 신디사이저를 불러올 수 있다. 실수로 그냥 기능키를 누른다면 구간반복이나 리버스 등의 기능들이 작동되어 한 번씩 짜증이 날 때가 있다. 이 역시 숙달되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과정이 하나 더 있기에 악기들을 조작할 때에 직관적이지 않았다. 또한 169만 원이라는 가격이 납득이 안 되는 퀄리티의 음원도 있어 만약 OP-1을 구입하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미리 충분히 사용해보고 나서 결정하는 걸 권장한다.
어쩌다 보니 말이 길어졌다. 위의 글을 정리하자면 "OP-1이 직관성 등 실사용 시 여러 단점들이 있지만 압도적인 장점인 휴대성 덕분에 단점이 꽤 상쇄된다"라고 생각한다. 가격이 매우 비싸지만 언제 어디서든 음악 작업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을 거다. 겸사겸사 디자인도 꽤 좋다 보니 "Look"을 중요하게 여기는 음악가라면 더더욱 고려할 만하다. 당장 카페에서 OP-1을 꺼내는 순간 맥북을 꺼내는 것보다 더욱 많은 시선들이 느껴졌다. 필자만 그렇게 느꼈던 거일 수도 있지만.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또 일본에 다녀왔다. 이번에는 음악 관련 업무로 해외로 나가는 거라 어느 정도의 모바일 셋업을 꾸릴 필요가 있었다. 출장용 짐을 싸면서 이전에 리뷰했던 모바일 오디오 인터페이스와 OP-1을 같이 챙겨서 같이 갔는데, 자신의 자리에서 1인분을 톡톡히 했다. 중요한 믹싱 및 마스터링 작업들은 노트북으로 처리하고 개인적인 작업들은 OP-1으로 처리했는데, 멜로디나 곡 구성 아이디어 같은 스케치 레벨에서는 작업하기에 큰 무리는 없었다. 3개월 동안 사용해 봤는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신디사이저었다. 겸사겸사 필자의 오랜 숙원을 이룰 수 있어 한편으로는 홀가분하다. 추후 Teenage Engineering의 제품도 또 소개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만일 필자와 같은 장비 체험 관련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캣츠렌탈"의 문을 꼭 두드리길 바란다. 적은 비용으로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이건 보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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