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이퀄라이저는 정교하고 왜곡이 없는 클린한 프로세싱을 목표로 합니다. 같은 설정으로 서로 다른 플러그인을 사용해 프로세싱해도 그 결과물의 차이는 청감으로 느끼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고가의 플러그인과 DAW 내장 플러그인 모두 마찬가지이며, 특정 플러그인이 더 좋은 소리를 만들어낸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디지털 EQ의 설계는 기본적으로 정확성과 투명성을 목표로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좋은 EQ 플러그인을 선택할 때는 소리의 차이보다 지원하는 기능성과 편의성에 중점을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게인 매칭 기능(프로세싱으로 신호를 다르게 매칭할 수 있는 기능)이 있는지
다이나믹 이퀄라이저의 기능성(레이시오, 어택, 릴리즈, 레인지 설정 지원 여부)
미드-사이드(MS) EQ 지원 여부
지원하는 밴드의 수 등
예를 들어, 최근에는 Split EQ나 TB Audio사의 EQ Pro처럼 트랜지언트와 서스테인에 각각 독립적으로 프로세싱이 가능한 EQ도 있지만, 이는 주로 특수 목적에 사용됩니다. 또, TEOTE나 Gullfoss처럼 스펙트럴 밸런서 기능을 하는 플러그인들도 있지만, 전통적인 EQ 역할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습니다.
TDR NOVA GE vs FabFilter Pro-Q3
TDR NOVA GE와 FabFilter Pro-Q3는 다른 초점을 가진 다이내믹 EQ입니다. NOVA는 다이내믹 EQ의 기능에 충실한 반면, Pro-Q3는 일반 EQ에 다이내믹 기능을 더한 형태입니다.
TDR NOVA GE는 레이시오, 어택, 릴리즈 값을 세밀하게 설정할 수 있는 다이내믹 EQ로, 멀티밴드 컴프레서처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레인지는 자동 조절되며, RMS 방식의 디텍터를 통해 보컬이나 스트링 트랙에 유용한 RMS 컴프레싱이 가능합니다. NOVA는 여섯 개 밴드만 지원하여 필요한 만큼만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돕고, 자동 레조넌스 테이밍 기능도 탑재하고 있지만 효율성은 사용자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다만, 미드-사이드 프로세싱은 지원되지 않으며, Q값이 12로 제한되는 점은 일부에게 단점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FabFilter Pro-Q3는 더블 클릭으로 밴드를 생성해 자유로운 설계를 할 수 있으며, 미드-사이드 프로세싱을 지원해 마스터링에도 적합합니다. 건반 표시 기능이 있어 현재 컨트롤 중인 주파수의 피치를 확인할 수 있는 점도 장점입니다. 그러나 레이시오, 어택, 릴리즈 설정은 지원하지 않아, NOVA와 같은 방식으로 멀티밴드 컴프레서처럼 활용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외 옵션
Sonnox Dynamic EQ나 Waves F6는 지원 기능 측면에서 특별히 차별화되지는 않아 비교에서 제외했습니다. 반면, TB Audio사의 EQ Pro는 특정 주파수에만 앰비언스 효과나 게이트 처리를 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능을 갖췄으나, 다이나믹 EQ로서의 활용성은 Pro-Q3와 유사하게 레인지 설정만 지원하고 레이시오, 어택, 릴리즈 조절이 불가능합니다.
이처럼 디지털 EQ 선택 시에는 목적에 맞는 기능성과 편의성에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이번 비교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제품으로 평가하는 것은 Softube의 WEISS EQ1입니다. 정가 기준 $549라는 높은 가격에 비해, 2024년 현재 기능성 면에서 경쟁력이 전혀 없습니다. Softube는 명성 있는 플러그인 제조사이고 WEISS EQ1은 전설적인 디지털 EQ 기기의 소프트웨어 버전이지만, 디지털 이퀄라이저의 본질을 생각해보면 하드웨어 EQ를 그대로 소프트웨어로 재현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기술적으로 정교하고 왜곡 없는 처리를 목적으로 하는 디지털 EQ의 설계 방향성을 고려할 때, 단순히 ‘명기’의 재현은 더 이상 장점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동일한 프로세싱 조건에서 소리가 다르게 난다는 것은 디지털 EQ에서 오히려 결함으로 보아야 합니다.
또한, WEISS EQ1은 실제 기기의 UI를 고수해 시인성이 떨어지고 밴드 조절도 불편합니다. 다만, Q 값을 최대 650까지 조절할 수 있어 매우 뾰족한 밴드 처리가 가능하다는 점은 특이하지만, 이 기능이 얼마나 유용한지는 의문입니다.
거기에다 스태틱 이큐와 다이내믹 이큐를 하나의 밴드에서 동시에 쓸 수 없다는 것도 큰 단점입니다.
2024년 현재 UAD의 MDW EQ, Softube의 WEISS EQ1, Sonnox의 Oxford EQ 등은 다른 디지털 EQ와 비교했을 때 특별한 메리트가 없습니다.
이와 같은 다양한 플러그인의 장점들을 결합한 것이 Three Body Tech의 Kirchhoff EQ입니다. Kirchhoff EQ는 Nova의 레시오, 어택, 릴리즈, 레인지 설정 기능을 모두 제공하면서, Pro-Q 3의 강점인 미드-사이드 프로세싱도 지원합니다. 다양한 기능성과 유연성 면에서, 가장 뛰어난 디지털 이퀄라이저 플러그인으로 손꼽을 만합니다.
Kirchhoff EQ의 아날로그 커브 재현에 대해서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SSL, Pultec, Neve, API 등 여러 아날로그 이퀄라이저의 특성을 모방한 커브가 있지만, 디지털 이퀄라이저는 본질적으로 정밀한 디지털 프로세싱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아날로그 특유의 부정확함을 재현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SSL 4000E의 미드 대역에서 볼륨 조정 시 Q 값과 주파수가 함께 변화하면서 생기는 왜곡과 오차, 새추레이션은 아날로그 기기의 특성이자 한계입니다. 디지털 EQ에서는 이러한 비정밀한 특성을 재현할 필요가 없고, 실제로 큰 의미도 없습니다.
Pultec EQ처럼 저역에서 발생하는 특유의 "로우 엔드 트릭"(같은 주파수에서 부스트와 어텐을 적용해 생기는 딥 커브)과 같은 아날로그 EQ 특성까지는 재현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장단점이 있습니다. 디지털 EQ의 정밀함 덕에 원하는 스타일의 커브를 오차 없이 정확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Pultec EQ에서 부스트 1을 적용한다고 해서 실제로 1dB가 정확히 부스트되는 것이 아니고, 1~10 스케일의 비율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부스트 1을 적용했을 때 약 0.7dB가 증폭된다면, 부스트 2에서는 1dB가 될 수 있는 식으로, 이 경우 정확한 수치 대신 경험과 청감을 통해 조정해야 합니다. 반면 Kirchhoff EQ는 정확한 값을 직접 설정할 수 있어 더욱 정밀한 작업이 가능하다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아날로그 EQ의 커브를 재현하는 기능을 기대하고 Kirchhoff EQ를 구매한다면 비추천합니다. Kirchhoff EQ는 아날로그의 느낌을 모방하기보다는 디지털 EQ의 정확성과 기능성을 최적화한 제품입니다.
THD 측정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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