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nyl 제작을 생각한다면. TDR - SimuLathe REF 플러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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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게시물은 "젤리피쉬 모에"에 작성된 원문을 "스원포코"에 맞게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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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R SimuLathe REF 구매 링크 (PluginBout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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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서 언급하진 않았지만 작년 말에 5인치 바이닐을 커팅할 수 있고 동시에 7인치 바이닐을 재생할 수 있는 모노 바이닐 커팅 머신을 구매했다. 갑자기 바이닐 커팅 머신을 구입하게 된 건 절대 아니다. 바이닐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느낌과 아날로그 매체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성 같은 것이 현재의 필자에게 있어 필요한 요소였기에 바이닐 마스터링도 공부할 겸 직접 커팅 머신을 구입하는 걸로 이어졌다. 물론 필자가 구입한 장비는 상업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커팅 머신은 아니고 간단하게 "바이닐 커팅이란 이런 것이다" 정도의 간단한 형태긴 하다. 그러나 언젠간 스테레오 바이닐 커팅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기에 이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를 수없이 찾아보았다. 그러던 중 괜찮은 플러그인을 하나 발견했다. Tokyo Dawn Record에서 제작한 Vinyl 시뮬레이션 플러그인, SimuLathe REF다.
Tokyo Dawn Record(약칭 TDR)는 조금 독특한 회사다. 플러그인 개발사이면서 동시에 인디 레이블이다. 음악 유통과 동시에 플러그인을 개발하는 회사는 매우 드물다. 또한 대부분의 플러그인들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끔 공개하는 회사로도 유명하다. 막 음악을 시작하는 사람들 중에 마땅히 돈 들이기 싫으면 TDR의 플러그인을 사용하라고 조언하는 글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정리했지만, 필자 역시 음악을 처음 시작할 때 TDR의 도움을 받았다. 내장 플러그인이 불만족스러웠을 때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좋은 회사라고 생각한다.
각설하고 이번에 리뷰할 플러그인은 TDR에서 개발한 최신 플러그인, SimuLathe다. 이름대로 Vinyl이 제작되는 과정을 시뮬레이션하는 플러그인이다. TDR SimuLathe는 REF와 CUT 총 2가지 버전이 판매되고 있는데, REF는 디스크 커팅 머신을 운용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플러그인이고. CUT은 디스크 커팅 머신을 실제로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플러그인이다. CUT 버전이 물론 디스크 커팅 머신을 위한 보정 옵션이 더욱 많이 들어가 있어 가격도 약간 더 비싸다. 필자가 이번에 소개할 플러그인은 TDR SimuLathe REF, 디스크 커팅 머신을 운용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플러그인이다. 물론 필자도 5인치 디스크 커팅 머신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장난감 정도의 퀄리티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REF 버전을 가져왔다. 가격은 공식 홈페이지 기준, REF 버전이 149달러, CUT 버전이 249달러 정도 한다. 그러나 플러그인 전문 샵에서 구매하면 REF 버전 기준으로 얼추 99달러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 Tokyo Dawn Record 홈페이지에서 데모 체험도 할 수 있어 필요한 사람은 체험 버전을 미리 사용할 수 있다.
TDR SimuLathe REF
TDR SimuLathe REF를 설치한 후, DAW를 실행하면, 다음과 같이 정상적으로 플러그인이 설치된 걸 확인할 수 있다. TDR SimuLathe REF는 VST3, AU, AAX 등을 지원해 대다수의 DAW에서 정상적으로 실행할 수 있다. 필자의 경우 VST3을 선호하기 때문에, 다른 것들은 전부 숨김 처리하고 사용하고 있다.
TDR SimuLathe REF를 실행하면 매우 복잡한 화면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기존에 우리가 사용하는 다른 이펙터들과는 다른 방향, 즉 시뮬레이션에 초점을 두고 있는 이펙터 플러그인이기에 상대적으로 옵션들이 복잡한 편이다. 또한 어느 정도 Vinyl 디스크에 대한 이해도를 가지고 있어야 TDR SimuLathe REF를 제대로 다룰 수 있다. 다양한 플러그인들을 만져온 필자 역시 어려운 건 마찬가지인지라, 사용 전 먼저 플러그인 매뉴얼을 읽어보는 걸 권장한다.
Feature
TDR SimuLathe REF의 최상단에는 재생 헤드의 위치 및 디스크 커팅 시 공간 소비 예측을 위한 세팅 메뉴가 있다. 좌측의 Playhead 메뉴에서 "Host" 및 "Manual" 모드 중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디스크 타입 및 회전 속도를 설정할 수 있다. 이 부분을 먼저 설정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Vinyl 디스크 시뮬레이션 기능을 완벽하게 하려면 필수적인 기능이다. 가운데 상단의 시간 및 사용량 표기는 앞으로 레코딩 가능한 음원의 시간과 디스크에 남은 공간을 시뮬레이션한 후 보여준다. 이는 디스크의 크기 및 재생 속도(RPM)에 따라 달라진다. 디스크 사이즈는 7인치부터 12인치까지 고를 수 있고, RPM은 33 1/3 RPM부터 78 RPM까지 설정할 수 있다.
Playhead의 Host 기능은 DAW의 타임코드 정보를 받아와서 시간 정보를 동기화하는 기능으로, 간단하게 시작점과 끝점만 설정하면 된다. Host 모드를 사용하면 디스크 스테이터스 모드를 사용할 수 있다. 매뉴얼 모드는 DAW의 타임코드와 관계없이 오디오 처리를 시작한다. 대신 디스크 상태 모드의 사용은 불가능하다.
좌측 하단에는 디스크 커팅을 위한 프로세서들이 모여 있다. 좌측부터 로우컷, elliptical, 하이패스 이큐다. 로우 및 하이컷은 다른 EQ에서 찾아볼 수 있는 EQ와 비슷하지만, Ecliptical EQ는 조금 생소할 수도 있다. 모노 크로스피드 필터라 불리는 elliptical EQ는 특정 주파수 이하를 모노 시그널로 바꿔주는 EQ다. 다른 플러그인들에서는 mono maker라는 이름으로 되어 있는 것들을 가끔 본 적 있을 텐데, 같은 기능을 한다. elliptical EQ는 Vinyl 디스크 레코딩 시 불필요한 저음의 진동을 제어하는 데 효과적이며 비트 및 베이스들을 음악의 가운데로 모으는 데 탁월한 역할을 한다. Vinyl 작업에서 필수적인 EQ 중 하나다. 만일 작업하는 음원의 저음역에 스테레오 이미지가 없을 경우에 넘어가도 무방하다.
우측에는 디스크 커팅 컨트롤과 래칫 컨트롤 메뉴가 있다. 디스크 커팅 컨트롤에는 게인 레벨 및 스테레오 넓이를 조절할 수 있으며 위상 미터가 있다. 디지털 음원 작업에서는 문제없지만 Vinyl을 제작할 때 스테레오 이미지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적절히 Gain 및 스테레오 넓이를 조절함으로써 보다 깔끔하게 Vinyl 전용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가운데의 래칫 모드는 현재 재생 중인 음원이 Vinyl 디스크에서 재생할 때의 상황을 시뮬레이션한 모드다. Pitch의 변화나 디스크 표면의 온도, THD 등 꽤 상세한 정보를 표기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플러그인을 걸면 활성화되어 있지만, 끌 수도 있다.
최우측에는 모니터링 메뉴가 있는데, 재생 픽업의 모델링, 커터 헤드의 피드백, 재생 시 발생할 수 있는 결함 등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메뉴다. 재생 결함 메뉴는 꽤 상세하게 되어 있어 전문 지식이 있는 사람들에게 실제 상황에 발생할 수 있는 결함을 더욱 상세하게 디지털로 구현할 수 있다.
Disc Stats
TDR SimuLathe REF에는 단순히 Vinyl 디스크 제작을 위한 도구들만 있는 게 아니다. Simulate라는 이름답게 Vinyl 디스크 제작에 도움이 되는 Disc Statistic을 제공한다. 디스크 통계에서는 현재 디스크에 있는 파형들 중 추후 디스크 제작 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의 표기 및 소릿골 모델링, 재생 헤드의 진동 폭 등 다양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디스크 통계에 수집된 데이터들을 HTML 보고서로 내보낼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가늠자도 십자 형태부터 자 등 다양하게 제공하고 있으므로 다양하게 시도해 보자.
Microscope
TDR SimuLathe REF는 Disc Stats 모드 말고도 또 다른 모드를 가지고 있는데, 바로 현미경 모드다. 현미경 모드는 재생 지점부터 최대 18초 되는 부분의 파형을 시뮬레이션해서 소릿골로 보여주는 기능이다. Disk Stats 모드와 비슷하지만, 현미경 모드는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시뮬레이션해서 보여준다는 차이점이 있다. TDR에서는 현미경 모드에 꽤 자신이 있는지 Vinyl 디스크로 커팅했을 때의 모습을 거의 정확하게 시뮬레이션했다고 한다. 실제로 이렇게 커팅되는지는 한번 현미경으로 봐야 알겠지만, 커팅 머신 및 현미경이 없는 엔지니어에게는 어떤 방향으로 Vinyl 디스크가 커팅될지 미리 알 수 있어서 꽤 유용한 정보다. 또한 Disk Stats와 달리 소릿골 확인을 위한 조명도 조절할 수 있으며, 카메라의 각도, 가늠자 등 다양한 옵션을 제공한다. Disc Stats 및 현미경 모드, 다른 시뮬레이션 플러그인에서 찾아보기 힘든 흥미로운 기능이다.
Setting & Etc
TDR SimuLathe REF의 기타 설정들은 우측 상단의 톱니바퀴 버튼을 누르면 나타난다. 그래픽 및 마우스 컨트롤에 대한 옵션, 업그레이드, 제품 등록 등 다양한 설정들을 제공한다. 가끔 필요한 경우가 있으니 미리 어떤 기능들이 있는지 미리 파악해 놓으면 좋다.
TDR SimuLathe Demo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TDR SimuLathe REF를 마스터링 프로젝트에 적용해 보았다. 마침 필자에게는 최근 일본의 앨범 즉매회에 출품했던 마스터링 프로젝트가 있다. 자리를 빌려 잠깐 홍보를 하자면, 일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음악 레이블, Oshiribeat의 작업용 음악 컴필레이션, "dalieam" 이 2023년 4월 30일에 출시되었는데, 필자가 2번 트랙 작곡과 마스터링으로 참여했다. 자세한 수록곡들은 여기서 들어볼 수 있다.
아무튼 "dalieam" 마스터링 프로젝트에 TDR SimuLathe REF를 건 다음 LP 마스터링 버전으로 바꾸는 모니터링 과정을 담아보았다. 물론 이렇게 하면 제대로 된 LP 마스터링은 아니겠지만, 간단하게 앞서 설명한 모든 기능들을 살펴보기엔 충분하다. TDR SimuLathe REF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대략적인 참고용으로 봐주면 좋겠다.
Conclusion
TDR SimuLathe REF는 Vinyl 디스크 제작으로 고민하는 프로듀서 및 Vinyl 디스크 마스터링에 관심이 있는 마스터링 엔지니어들이 길잡이로 삼을 만한 플러그인이다. Vinyl 디스크의 크기 및 재생 속도 설정, 재생 헤드 및 소릿골의 에뮬레이션 등 다른 플러그인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보적인 기능들은 생소할 수도 있는 Vinyl 디스크 지식을 보조해준다는 느낌이 강했다. 필자가 Vinyl 디스크를 제작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찾아봤던 사전 지식들은 디지털 CD를 만드는 것 이상으로 방대했다. 특히 CD와 같은 디지털 매체와 달리 소릿골에 바늘로 읽는 아날로그 매체라는 특징상 디지털 매체보다 제작할 때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많다. 재생 중 바늘이 튀지 않게 소릿골의 크기를 적당히 만드는 것부터 적절한 스테레오 주파수 유지하기, 저역의 럼블 등 디지털이었다면 문제도 되지 않았을 이슈들이 아날로그 매체의 마스터링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렇기에 TDR SimuLathe REF을 통해 LP 제작 시 문제가 될 수 있는 점들을 미리 시뮬레이션해 보고 즉석에서 수정하고, 다시 체크하는 등 시행착오를 줄여나갈 수 있다. 실물 판으로 실험하면 시행착오에 수많은 돈이 들어가지만 디지털 시뮬레이션은 그럴 필요 없으니까. TDR SimuLathe REF의 유일한 단점은, 전문가들을 위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기에 꽤 내용들이 어렵다. 필자도 아직 이해하지 못해서 계속 매뉴얼을 찾아 읽어보는 부분들이 존재한다. 그 밖에 개인적으로 느꼈던 아쉬운 점은, Disc Stats 모드에서는 Vinyl 디스크 소릿골에 불빛을 못 비춘다는 점이었다. 더욱 상세하게 소릿골을 확인하려면 현미경 모드를 쓰라는 의도가 있는데, 이왕 디지털로 시뮬레이션할 거였다면 Disc Stats에서도 소릿골에 불빛을 비춰주었다면 더더욱 좋을 듯하다. 일반 사용자 및 마스터링 엔지니어를 위한 REF 버전도 어려운데 Vinyl 커팅 공장을 위한 CUT 버전은 더 어렵다. 그쪽은 진짜 전문가를 위한 플러그인이니까 당연하지만.
디지털 매체가 살아남으면서 사라질 거라고 예상했던 LP 등 Vinyl 디스크들은 재평가 및 특유의 감성 덕분에 최근 몇 년간 화려한 부활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필자 또한 Vinyl 디스크 마스터링을 공부하고, 실제로 깎아보고 있다. 위의 Vinyl 디스크는 4월 30일, 일본의 즉매 이벤트 "M3"에서 선착순 구매자들에게 선물할 목적으로 필자가 직접 깎았다. 같이 참여했던 분 역시 대략의 기획은 알았지만 이 정도였을 줄은 몰랐다고 나중에 이야기했다. 물론 이 때는 필자가 TDR SimuLathe REF의 존재를 몰랐던 때였기 때문에 여러 번 더미 판을 만들어 가면서 완성했지만, TDR SimuLathe REF가 있었다면 더욱 빠르게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지금은 당분간 사정이 있어 Vinyl Cutting을 해체했지만 시간과 장비적 여유가 있다면 꼭 다시 시도하고 싶다. 재생 바늘을 통해 내가 작업한 음악이 또렷하게 흘러나올 때의 느낌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추후 작업을 하게 된다면, 그때에는 TDR SimuLathe REF가 옆에서 든든한 조력자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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